연방상원의 여야 의원들이 항소법원 판사 인준을 둘러싸고 이틀째 의사진행 방해 연설(필리버스터)을 교환하자 조지 W.부시 대통령은 12일 추한 정치를 하지 말자며 필리버스터 중단을 촉구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민주당에 의해 인준이 저지된 텍사스 판사 프리실리아 오웬, 캘리포니아 판사 캐롤라인 쿨과 재니스 브라운 등을 만난 자리에서 일부 상원의원들이 고약한 정치게임을 벌이고 있다며 이들의 인준여부를 표결에 부칠 것을 요구했다.
필리버스터는 수적 우세를 바탕으로 한 다수당의 독재를 막기 위해 고안된 규정이나 이번 의사진행방해는 다수당인 공화당이 주도하고 있다. 소수당인 민주당의 버티기로 판사 인준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유권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다수당의 역 필리버스터인 셈.
상원이 밤을 새며 필리버스터를 벌이기는 지난 1992년 알폰소 다마토 의원(공화-뉴욕)이 세금안을 저지하기 위해 15시간 14분동안 연설을 하다가 새벽 5시에 노래를 부른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이번 필리버스터는 재치있는 논전을 기대한 사람들을 실망시켰다. 이날 새벽 2시45분께 마크 프라이어 의원(민주-아칸소)은 린든 잔슨 전 대통령 평전을 느리게 낭독했고 오린 해치 의원(공화-유타)은 목이 쉬어 자신의 목소리에 대해 사과해야 했다.
’해적’을 뜻하는 네덜란드어에서 비롯된 필리버스터가 처음 시도된 것은 1841년. 당시 공화당의 전신인 휘그당(Whig)이 백악관과 상원을 장악한 후 지지자들을 고위직에 대거 임명하려들자 민주당은 2주동안 필리버스터로 맞섰다.
개인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보유자는 상원 최장기 재임 및 최장수 기록을 소유한 스토롬 서몬드 전 의원. 지난 6월 타계한 사우스캐롤라이나 출신의 서몬드 의원은 1957년 민권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24시간 18분동안 쉬지 않고 발언을 했다. 이어 1960년 상원은 민권법안에 관해 82시간2분동안 쉬지 않고 토론, 최장 연속 회의 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한편 1950년에는 윌리엄 랜저 의원(공화-노스다코타)이 공산당원 등록법안의 표결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하다가 과로로 쓰러지기도 했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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