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상원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이 연방 항소법원 판사 인준안을 둘러싸고 의사진행 방해 공방전에 들어갔다.
상원은 12일 저녁부터 13일 자정까지 무려 30시간에 걸쳐 다른 안건들을 제쳐둔 채 의사진행 방해 연설(filibuster. 필리버스터)을 주고받을 예정이다.
상원이 새벽 4시가 지나도록 의사진행을 계속하기는 1992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공화당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지명한 연방 항소법원 판사 4명의 인준을 가로막는 민주당의 훼방 놓기를 여론의 힘을 빌어 무력화시키기 필리버스터링 전술을 채택했다.
상원은 지금까지 부시 대통령이 지명한 168명의 판사를 인준했으나 앨라배마 검찰총장 윌리엄 프라이어, 텍사스 판사 프리실라 오웬, 미시시피 판사 찰스 피커링, 히스패닉 법률가 미구엘 에스트라다 등 보수파 판사 후보 4명은 민주당의 끈질긴 반대로 인준표결에 회부조차 되지 못했다.
인준표결을 강행하는데 필요한 60표를 확보하지 못한 공화당은 마라톤 의사진행 방해 발언을 통해 민주당의 인준저지 전략에 대한 유권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킨다는 계획이다.
한편 민주당은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을 비판할 무대가 마련돼 오히려 잘됐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이번 기회를 통해 이라크 사태, 경제, 부시 대통령의 판사 선택 등을 싸잡아 공격하겠다는 태세를 보였다.
양당은 30분씩 돌아가면서 발언권을 행사할 계획으로 예를 들어 공화당 의원이 새벽 3시부터 3시30분까지 연설한다면 민주당 의원이 이를 지켜보아야 한다. 다음 30분 동안 두 의원은 역할을 바꿔 민주당 의원이 연설을 마치면 발언권을 교대팀에 맡기고 귀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잠이 들거나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상대방 정당에서 슬쩍 법안이나 인준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릭 샌토룸 의원(공화-펜실베니아)은 그런 기회가 온다면 즉시 지명자들을 인준시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반면 톰 대슐 민주당 원내총무(사우스다코타)는 공화당 의원들의 허점이 발견되면 즉각 최저임금 인상안이나 제조업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세금공제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응수했다.
이에 따라 의원들은 이날 오전부터 커피와 간이침대 등을 비축하며 밤샘 준비에 돌입했다. 이와 관련 공화당 2인자인 미치 맥코넬 상원의원(켄터키)은 12∼15명의 의원들이 간이침대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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