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한 열대야 때문에 밤마다 진을 빼던 지난 주. 모처럼 산뜻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한 한인 보험업소가 ‘전 직원 100% 여름 보너스’를 지급했다는 소식이다.
직원 20여명의 그다지 크지 않은 이 업소는 월급 직원뿐 아니라 커미션제인 세일즈 직원들에게도 똑같이 100%를 지급했다고 한다. 사장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열심히 일한 직원들 덕분에 회사가 발전했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그 즈음. 한인 노동상담소는 지난 92년 3월부터 올 2월말까지의 상담 기록을 토대로 내놓은 노동상담 통계 분석 결과 상담자의 97%가 휴가와 병가, 건강보험 등 베니핏이 전혀 없는 환경에서 일해 왔다고 밝혔다. ‘전무’와 97%라는 절대성이 주는 충격 탓인지 한인들의 근로환경이 인권의 사각지대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때마침 휴가철을 맞은 한인 업계의 휴가 상황을 알아 봤었다. 저어하면서, 혹은 계면쩍어하며 취재에 응한 타운 한인업체 직원들의 ‘현장 고발’은 통계가 실상임을 확인시켜 줬다. 연중 3일 휴가도 요원한 업체가 부지기수였고 아예 휴가 개념이 없는 곳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묵묵히 일하는 많은 한인 직원들의 함구가 고용주의 인색함에 대한 동의는 아니다. 광고 많이 내기로 유명한 모업체서 수년간 근무해 왔다는 한 직원은 사석에서 “지금껏 단 하루도 쉬어보지 못한” 사연을 털어놓으며 감정이 북받치기도 했다.
한동안 한국에선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CF 카피 문구가 유행했다. 몇해 전엔 한 건강식품회사가 의사를 광고모델로 기용, ‘신바람 나게 삽시다~’라는 유행어와 함께 ‘신바람 경영’이라는 신조어도 만들어냈다.
고용주 입장에선 직원들의 사기 진작보다 회사 수익이 우선이다. 아직은 규모가 영세한 한인 업체의 사정도 이해한다.
그러나 한 방향키를 잡고 갈 직원들이 “우리 회사 진짜 좋다”고 공짜 광고해 주는 것 만한 약발도 없다. 꼭 100% 보너스가 아니라도 회사 사정에 따라 아이디어는 내기 나름이다. 이 여름, ‘일터의 신바람’이 아쉽다.
김 수 현<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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