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투수로 키울 아들이 있으면 서재응(뉴욕 메츠)처럼 던지라고 가르치겠다. 타자마다 삼진으로 잡으려고 죽자살자 던지며 보는 사람마저 불안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
서재응이 던지는 경기를 보면 재미있다. 페이스가 빠르고 신이 난다.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처럼 공이 빠르지도 않고 김병현(보스턴 레드삭스)처럼 변화무쌍 휘어 들어가는 공도 아니지만 성적(5승2패·방어율 2.66)이 말해주 듯 서재응처럼 요령만 알면 된다. 서재응은 ‘마운드의 교수’로 불리는 ‘코리안 그렉 매덕스’(애틀랜타 브레이브스)다.
위, 중간, 아래, 왼쪽, 오른쪽, 가운데. 이렇게 세로로 세 줄, 가로로 세 줄을 그리면 스트라익존은 크게 9개로 나눌 수 있다. 거기에 직구도 있고 변화구도 있다. 서재응은 이에 체인지업까지 구사해 투구 스피드도 점치기가 어렵다. 투구가 과연 어디로 어떻게 변해 어떤 스피드로 들어올지 타자가 생각해야 하는 컴비네이션이 골치 아프게 많다. 따라서 서재응이 던질 때 타이밍이 약간 안 맞아 담을 넘지 못하는 타구가 많이 나오는 것은 운이 아니다. 뒤에 서 있는 수비수들과 넓은 구장을 적절히 활용할 줄 아는 디자인된 피칭 스타일이다.
서재응이 던지는 경기에서는 수비수들의 ‘파인 플레이’도 많이 나온다. 빨리 빨리 던지며 맞춰 잡기 때문에 수비수들의 집중력이 깨지지 않기 때문이다. 수비수들은 또 하이라이트에 나올 멋진 플레이를 하고 나면 사기가 오른다. 지난 17일 경기에서 홈런성 타구를 잡아낸 뒤 결승홈런을 날린 저로미 버니츠가 바로 그런 예다. 야구는 투수와 타자간의 1대1 대결이 아닌 팀 게임으로 동료들은 서재응 같은 투수를 선호한다.
“피칭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보여주고 있는 서재응은 부상만 안 당하면 올스타 감은 물론 강력한 팀 MVP 후보다. 또 신인왕 레이스의 선두주자이기도 하다.
한편 “너무 불안하게 던져서 그 경기를 보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더 쌓인다”는 소리를 들어온 박찬호는 요즘 불쌍히 여겨지고 있는데 매달 페이먼트에 허덕이는 ‘일반인’의 동정심을 사기엔 돈을 너무 많이 번다. “내 코가 석자인데 6,500만달러 버는 갑부가 불쌍해?” 또는 “난 6,500만달러 주면 아무리 욕먹어도 좋아”라고 받아치는 사람들의 말에 웃음이 나오기도 하는데 지금 박찬호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한때 그를 열렬히 응원했던 많은 팬들의 이런 정서가 아닌가 싶다.
이규태<특집1부 기자>clarkent@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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