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고’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크고 작은 규모의 시위가 연일 LA다운타운 시빅센터 주위에서 열리고 있다.
2년전 LA카운티 대형빌딩의 청소를 담당하고 있는 이들이 며칠째 일손을 놓고 ‘시간당 1달러’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LA거리를 휘젓더니, 이젠 마켓, 식당 업계 종사자와 품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까지 합세했다. 아기를 등에 업고, 안고, 손을 붙잡고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
지역 정치권과 연계에 성공한 라틴계 노조 관계자들의 지도력을 등에 업은 이들의 행동은 더 조직적으로 변화했다. 이들이 호사스런 베벌리힐스 길, 대리석으로 치장된 다운타운 고급 사무실 빌딩 앞에서 목소리를 높일 때 돈 많은 사람들은 고급 승용차를 몰고 옆을 지나갔다.
‘알마니’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맨 사람들은 피킷을 든 사람들을 힐끗 힐끗 쳐다보는 정도가 관심의 전부였다.
무심하고 태연하게, 한 쪽으론 귀찮은 소음이라도 들리는 듯 외면하며 고급식당의 기름진 음식을 즐기는 부자들의 모습도 보인다. 그런 와중에 이들은 “정당한 노동의 대가 요구가 잘못된 것인가. 당신들이 이젠 대답할 차례”라며 가진 자들, 정부 당국의 대답을 원하고 있다. 미국의 방송, 신문들은 연달아 열리는 라틴계의 시위가 갈수록 빈부간의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음에 주목했다. 전반적으로 경기에 힘이 빠진 요즘 이들은 더 살기가 힘들다고 호소한다. 한달 뼈빠지게 일해야 1,000달러 벌기 힘들다는 것이다.
같은 이민자 처지인 한인들은 이런 사안에는 관심이 없다.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정치인들이 증가하고 이들과 공감하는 라틴계가 시의회 실세로 등장한 현실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들의 분노와 눈물로 변화하고 있는 환경을 한인들이 짐짓 외면하고 있는 것은 당장은 우리들의 현안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한인 업주들은 하인같이 말 잘듣고, 임금 싸고, 맘에 안들면 언제든지 내쫓을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을 “아미고”라고 친한 척하는 것은 아닌가.
한인 업주들은 아미고들과의 이같은 위장된 관계에서 그들에게 베풀기보다는 그들이 주는 이익을 챙기고만 있는 것은 아닌가. 길거리로 뛰쳐나온 아미고들의 “웃음 잃은 선한 눈망울에 핏발이 서리기 전”에 우리들은 그들과 ‘진정한 프렌드십’을 쌓으려는 양심을 회복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 경 원<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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