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웨스트 할리웃에서 열린 ‘아트&디자인 웍’(Art&Design Walk)에 들렀다. LA의 명물 가구거리인데다, 300여 업주들이 참여하는 연례 축제라 그 개성과 자율성, 자부심에 점수를 주면서 여느 구경꾼들처럼 이 업소 저 업소를 기웃거리다 재페나쉬(Japanache)라는 한 일본 고가구점에 들어갔다.
주인과 얘기를 나눠볼 심산으로 소개를 하자 미국인 주인은 뜻밖에, “아, 코리아타임즈요? 요즘 코리아타운이 부쩍 개발되고 있다지요?”하며 아는 체 하는 게 아닌가. 기자는 “대형 샤핑몰, 럭서리 콘도와 주상복합건물,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센터 등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들이 추진 중”이라고 아는 대로 주워섬 겼다.
자기 손님들로부터 전해 들었다며 눈을 빛내는 주인의 얼굴 위로 몇 달 전 개봉된 할리웃 영화의 장면들이 오버랩 됐다. 한인타운 리커 총격사건. 영세 리커상은 코리안 ‘킴’. 주인공 형사가 찾아간 타운은 홈리스 피플과 쓰레기가 넘치는 반 빈민촌에, 약쟁이와 갱들이 우글거리는 우범지역으로 묘사돼 있었다. 왜곡이다. 감독이나 작가는 현장취재도 없이 ‘소설’을 써댄 거다. 그러나 어디 이 한 편 뿐이던가? 그들의 소설을 뒷받침하고 있는 건 코리안과 코리아타운에 대한 보편적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요즘 타운은 말 그대로 개발 붐이다. 윌셔와 6가, 웨스턴을 중심으로 대형 상가와 고급 콘도 건설 프로젝트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선 LA시가 야심적으로 추진 중인 다운타운 재개발 작업과 맞물려 장기적으로 한인타운이 핵심 거점이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밀도와 끊임없는 유입인구, 미드윌셔를 끼고 다운타운·할리웃·웨스트LA와 가까운 지리적 조건 등은 타운의 잠재성을 배가하는 요소들이다.
시나리오를 그려본다. 주상복합이 팽창하고, 여피족이 모여든다. 샤핑몰과 극장이 밤늦도록 불을 밝히면 지척에 사는 불면의 청춘들이 걸어나와 거리를 누빈다. 24시간 돌아가는 타운은 쾌적하고 안전하며, 살기도 놀기도 좋은 도시로 변모한다. 주류 기업들이 앞다퉈 오퍼를 넣고, 영화와 광고 제작자들은 코리안과 코스모폴리탄이 조화된 이 매력적인 타운에 로케이션을 요청해온다.
왜곡과 편견이 호감과 동경으로 바뀔 그 날을 위해 타운 안주인인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 지금부터 한인 경제인들이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다.
김 수 현<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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