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를 유혹해 영혼을 팔게 하고 욕망을 충족시키지만 끝내 파멸하고 마는 전설 속 악마의 전형이다. 물론 괴테의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메피스토펠레스는 현대적 지성을 갖추고 고뇌하는 악마의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90년대 냉전종식 이후 파우스트적인 권력을 행사하던 미 경제가 점차 메피스토펠레스적 특성을 드러내고 있다.
재산 2,000 달러 미만의 10만 여명의 노인들이 너싱홈에서 쫓겨나 거리에 내몰릴 위기에 놓여 있는가 하면 복지센터의 장애자들은 복지예산 삭감으로 갈 곳이 없어질지도 모른다.
수 천억 달러 규모의 감세혜택은 수 백만 달러 저택을 가진 부유층이 독식하고 연 2만 달러도 벌지 못하는 빈곤층은 자녀 1인당 400달러의 차일드택스 크레딧에서도 왕따 당한다. 경기침체의 터널은 끝이 보이지 않고 실업율은 증가한다. 2001년 4,000억 달러로 국내 총생산의 4% 수준이었던 경상수지 적자는 올해 말 6%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예상이다.
경제학자들은 이 수준에서 미국이 경상수지 적자를 메우기 위해서는 나머지 세계로부터 하루 20억 달러의 자본유입이 필요 하지만 그 이전에 ‘달러화’가 신뢰의 위기를 맞으면서 미 경제를 더욱 깊은 불황 속으로 몰고 가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차츰 메피스토펠레스적 특성을 드러내고 있는 미 경제는 진보적 재정적자 정책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감세의 90%가 부유층으로 향하고 소비지출의 지속적 증가를 유지시켜야하는 부시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아니라 교육과 복지, 의료 등에 대한 대규모 사회적 지출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비록 학계의 비주류 목소리이긴 하나 앞으로 6,000억 달러의 재정투입이 있지 않는 한 높은 실업과 저성장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엄청난 군사비 확대와 전비 지출이 아닌 진보적 재정적자 정책을 통해 인간의 모습을 회복하는 것이 메피스토펠레스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는 길이라는 주장에도 귀 기울여 볼 일이다.
김 상 목<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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