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돈’ ‘이탈리안 잡’등 잇달아 개봉
위험부담 줄이고 창작력 부재 겹쳐
할리웃의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옛날 영화를 새로 만든 리메이크(신판)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오늘 개봉되는 ‘사돈’(The In-Laws)과 30일 개봉되는 ‘이탈리안 잡’(The Italian Job)도 모두 이런 리메이크들.
‘사돈’(위크엔드판 7면 참조)은 컬트영화가 된 1979년작 동명영화의 리메이크로 약간 정신나간 CIA 요원 피터 포크가 치과의사인 사돈 앨란 아킨을 첩보전에 끌어들이는 코미디다. 마크 왈버그가 주연하는 ‘이탈리안 잡’은 1969년 마이클 케인이 나온 동명 영국 영화의 리메이크. 밉지 않은 도둑들이 훔친 금괴를 나르기 위해 사상 최대의 교통혼잡을 일으킨다는 ‘하이스트’(강도) 영화다.
그리고 현재 1억달러를 투입해 제작중인 ‘80일간의 세계일주’(Around the World in 80 Days)는 데이빗 니븐이 나왔던 동명 오스카 작품상 수상작(1956)의 리메이크다.
왜 이렇게 리메이크가 붐을 이루는 것일까. 우선 할리웃의 창작력 부재를 그 첫번째 이유로 꼽을 수 있다. 다음으로 모험하지 않고 손쉽게 돈을 벌자는 것이 또 다른 이유. 요즘 영화 편당 평균 제작비는 5,000만달러. 이런 상황에서 흥행 실패의 위험부담을 줄이는 손쉬운 방법이 지명도 있는 옛날 히트 영화와 아이디어를 재생하는 것.
할리웃의 리메이크 제작 버릇이 새삼스런 것은 아니다. 1940년대의 서부 영화들은 대부분 1930년대의 서부 영화들의 리메이크였다. 또 ‘스타 탄생’(A Star is Born)은 두번이나 리메이크 됐다. 첫번째 것은 프레데릭 마치와 재넷 게이너가 나온 1937년도판. 이어 1954년에 주디 갈랜드와 제임스 메이슨 주연으로 그리고 1976년에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크리스 크리스토퍼슨 주연으로 다시 만들어졌다.
지금 할리웃이 제작중이거나 제작을 계획중인 리메이크는 6~7편 정도. 컬트 무비 ‘산송장의 새벽’(Dawn of the Dead·1978), 중공군에 의해 세뇌된 한국전 참전 미군을 정치 암살범으로 사용하는 ‘만추리안 캔디데이트’(The Manchurian Candidate·1962), 인피 마스크를 한 살인자의 컬트무비 ‘텍사스 체인소 대살륙’(The Texas Chainsaw Massacre·1974), 로보트 아내들의 가공할 공상과학 스릴러 ‘스테포드 부인들’(The Stepford Wives·1975), 엄격한 부모슬하의 12명 자녀들의 가족 드라마 ‘1다스로 사면 더 싸’(Cheaper by the Dozen·1950) 및 비교적 최근작인 청춘 로맨스 영화 ‘풋루스’(Footloose·1984) 등이 리메이크될 예정이다.
또 조지 클루니와 브래드 핏이 나온 ‘오션의 11인’(Ocean’s 11)은 프랭크 시내트라와 딘 마틴 및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 등 ‘랫 팩’이 주연한 동명 코미디 갱영화의 리메이크인데 현재 이 리메이크의 속편 ‘오션의 12인’이 제작중에 있다.
그러나 리메이크가 모두 히트한다는 보장은 없다. 얼마 전 개봉된 쥐 떼가 사람 잡는 ‘윌라드’(Willard)는 1971년 히트작의 리메이크이나 총 흥행수입 680만달러에 그쳤고 케리 그랜트와 오드리 헵번이 주연한 로맨틱 스릴러 ‘샤레이드’(Sharade·1963)의 리메이크로 한국 스타 박중훈이 출연한 ‘찰리의 정체’(The Truth about Charlie)도 흥행서 참패했다. 그리고 1998년 거스 밴 샌트 감독이 히치콕의 ‘사이코’의 한 장면 한 장면을 똑같이 찍은 동명 리메이크도 역시 흥행 불발탄.
그런데도 할리웃은 ‘미라’(Mummy)와 ‘닥터 두리틀’(Dr. Dolittle) 같은 몇편의 리메이크가 빅히트 한 사실에 고무돼 리메이크 제작을 감행하고 있다. 한 제작사는 “좋은 영화를 만들기보다 쉽게 돈버는 데만 신경 쓰는 스튜디오에 신선한 아이디어를 파는 것보다 리메이크 제작 아이디어를 파는 것이 훨씬 쉽다”고 말했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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