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즈노에 사는 김모씨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중풍에 걸린 김씨는 모 한인업체의 광고를 보고 약을 주문해 UPS로 받았다. 하지만 복용 방법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어 수 차례 업체에 전화를 걸었으나 무책임한 직원의 답변만 들었다. 결국 김씨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이 회사를 고발할 당국의 연락처를 묻기에 이르렀다.
편집국으로 걸려 오는 전화의 상당수는 김씨의 경우처럼 소비자 문제로 인해 해결 방법을 묻는 것이다. 이민생활이 아파트를 렌트하고 자동차를 사는 것부터 시작해 무수히 많은 것들을 소비하는 과정이라면 곳곳이 터지기 직전의 지뢰밭인 셈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언어장벽과 정보부족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쉽게 찾지 못한다는 것. 답답한 마음에 소비자 문제 상담이나 중재 서비스가 있는 한인 커뮤니티 단체를 떠올려 보지만 어디에 어떻게 도움을 청해야 할지도 판단하기 쉽지 않다. 각 단체의 성격이 틀리고, 제공하는 서비스가 각기 다르며, 이를 정리해 논 자료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들에겐 문제를 직접 해결할 관할권(Jurisdiction)이 없다.
YWCA에서 소비자 문제 상담을 담당했던 한인 관계자는 “소비자 문제는 YWCA 본연의 기능이 아닌 일부 상담 기능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각종 불만신고를 처리해 주기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소비자 불만 사례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방법과 처리 절차를 제시해 주는 한국어 소비자 문제 해결 매뉴얼이 있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 일치된 의견이다.
교통정리는 필요한데 문제는 ‘누가 나서느냐’다. 대표성 있는 단체가 주도권을 잡고 다른 단체와 한인 스태프가 포함된 비영리 단체가 협조한다면 불가능할 것 같지도 않다. 일단 소비자 문제 해결 매뉴얼이 만들어진다면 업소록이 한인들에게 꼭 필요하듯 이민생활에 꼭 필요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실질적으로 소비자 문제에 대한 교통정리 역할을 하고 있는 LA 카운티 소비자보호국 패스터 허레라 국장은 기자에게 “재정문제로 모든 커뮤니티가 만족할 만큼 언어지원을 해주고 있지 못하지만, 커뮤니티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재정적 지원을 해준다면 기꺼이 한국어로 된 자료도 펴낼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중풍의 고통을 호소하던 김씨는 LA 카운티 소비자보호국에 고발할 수 있지만 영어로 된 양식을 적어 제출해야 하고 한국어 지원을 받기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기자의 사실적인(?) 답변에 분을 삭이며 전화를 끊었다.
배 형 직<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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