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민사회는 개인, 혈족, 지연, 학연 관계 및 종교 단체 소속 등으로 결속돼 있지만 리더십을 소유하며 권위를 갖는 중심은 없다. 구심점이 없는 사회이다 보니 제 밥그릇 챙기는 문제 밖에서 이슈가 생겼을 때는 대책이 없다.
외국 정부 에이전트 등록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보석을 허가 받은 예정웅씨 사건은 그 좋은 예다. 북한에 다녀오면 생각이 트인 사람으로 인정받는 요즘 세상에 예씨 사건이 느닷없이 발생한 원인을 추정하는 각종 유언비어가 이념 논쟁에 불을 붙이고 동포사회 구성원들간의 불신을 조장할 때 한인사회 내 리더십 실종은 더 분명하게 나타났다.
다른 사람보다 한 걸음 앞서간다고 자부하는 측도 지금까지 지켜온 전통을 존중하는 측 아무도 예씨 검거 직후 그의 개인 활동에 쏟아진 한인사회의 관심을 이번 사건이 발생한 원인의 실체를 파악하는 분위기 쪽으로 유도해내지 못 했다.
‘진보 탄압-적군 색출’ 식으로만 문제를 인식한 이들의 이기주의적 짧은 안목은 이번 사건이 9·11테러참사 후 진행되고 있는 미국 정치, 사회 문화의 체질 개선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란, 큰 숲의 존재를 한인사회에 알리지 못한 것이다.
한인들의 경제적 활동에서도 집단 이기주의만 있고 윤택한 삶을 누리는 한 도구로 돈이 사용되도록 분위기를 이끄는 리더십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특히 이런 현상은 남들보다 공부를 더 많이 해 소위 잘난 부류에 속하는 전문직 종사자들 사이에 더 심하다.
메디캘, 메디케어를 가진 노인 환자들을 끌기 위해 환자 브로커 동원은 물론이고 병원 방문 횟수에 따라 김치, 고추장, 담요 등을 상품으로 주는 호객행위를 떳떳이 하고 있는 한인사회 내 일부 병원들을 대할 때마다 씁쓸한 감정을 감출 수 없다. 모범을 보여야 할 위치에 있는 일부 지도층의 양식없는 행동을 보고 리더십 실종을 떠올리며 서글픈 마음도 든다.
부활절이다. 아직도 마켓 앞에서 전도지를 건네는 사람을 만나면 “남묘호랑게교 신도입니다”라고 말하는 황당한 사람도 종종 본다. 올 부활절맞아 예수가 무덤에서 다시 살아나신 것과 같이 한인사회에 백의민족의 양식과 리더십이 부활했으면 하고 상상해본다.
김 경 원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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