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이 일방적인 미국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3년 이상 장기침체를 겪고 있는 미국경제는 전쟁 후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한인 경제의 젖줄이라는 다운타운 의류관련업계는 종전 소식에 가벼운 설렘마저 느껴질 정도다.
과거엔 전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엄청난 전비 지출로 성장률이 높아지고 인플레이션이 치솟는 것이 종래 산업경제 시대 전쟁이 경제에 가져다 준 것들이었다. 2차대전이 그랬고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이 그랬다.
그러나 세계화(Globali- zation)에 크게 의존하는 미국주도의 신경제 체제에서 이번 전쟁의 영향을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일방적인 전쟁승리가 단기적으로는 더블 딥 리세션의 우려를 말끔히 잠재우고 치솟던 유가를 가라앉히면서 미국경제는 경기회복의 단맛을 보게될 것이라는 예상이지만 그 단맛이 결코 오래지 않을 것이라는 것 또한 경제 전문가들의 지배적 견해다.
미국주도의 세계화가 위협받으면 세계화와 기술혁신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미국의 신경제(New Economy)는 장기적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90년대 경제 성장의 주동력이었던 ‘상품과 아이디어,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이라는 미국주도 세계화의 신경제는 결정적인 장애물을 만난 것이다.
미국을 둘러 싼 외교적 긴장고조, 더욱 높아진 테러 위협, 전쟁이 낳은 증오와 복수심 등은 반 자본주의, 반 세계화 세력에게 향후 100년을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했다는 지적도 있다.
세계화의 정치적 명분은 장기적으로 크게 약화되면서 미국의 세계시장 개방전략은 결국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번 전쟁이 새로운 경제질서의 태동을 알리는 서곡으로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역사가 기록한 가장 추악한 전쟁이었던 십자군 전쟁이 결국 중세 봉건경제체제 붕괴의 시작이었던 것처럼.
천 년이라는 시간 간격 속에서 두 전쟁이 겹쳐 보이는 이유가 기자의 착시현상만은 아닌 것 같다. 위험한 세상이다. 이 위험이 쉽사리 사그러들 것 같지 않다.
김 상 목<경제부 기자>
sangmok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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