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아들 군대에 안보내기 위해 이민도 온다던데 …”
LA 근교에 사는 한 주부는 요즘 후회가 많다. 병역의무가 있는 한국에서도 핑계만 있으면 아들을 군대에서 빠지게 하고 싶은 것이 많은 부모들의 심정인데 “미국에서 자란 아이를 왜 굳이 군대에 보냈을까”가 후회의 내용이다.
물론 부모가 등떠밀어 아들을 군대에 보낸 것은 아니었다. 아들이 대학 재학중 자원해서 입대를 했고, 그런 아들이 당시는 늠름하고 미더워만 보였다. 불과 2년전, 전쟁이 터질 기미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아들이)2월초 파병된 후 2번 편지가 왔어요. 두 번째 편지는 3월5일에 보낸 것이더군요. 그리고는 아무런 소식이 없어요”
소속된 부대를 근거로 할 때 아들은 지금 이라크 안에 있을 것으로 짐작이 되는데, 들려오는 소식은 좋지 않으니 그는 불안감으로 숨이 막힐 지경이다.
‘피 흘리지 않고 쉽게 끝날 전쟁’‘이라크 국민들이 박수갈채를 보내며 환영할 전쟁’이라고 선전되어졌던 전쟁이 개전 며칠도 되지 않아 예상치 못한 양상들을 드러내고 있다. 백기 들고 줄줄이 항복할 줄 알았던 이라크 군인들은 게릴라로 변해 기습전을 벌이고, ‘해방군’을 환호해야 할 이라크 국민들은 적대감에 차있으며, 바그다드를 향한 진격은 제자리걸음이고, 아군의 피해는 점점 늘고 있다.
부시 진영이 “전쟁을 너무 간단하게 생각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스멀스멀 피어 나오고 있다. 군복무 자녀를 둔 부모들은 가슴이 졸아드는 느낌이다.
장기전이 거론되면서 고교 이상 자녀를 둔 일반 부모들도 마음이 편치는 않다. 벤추라 카운티의 한 주부는 며칠전 고교생 남매의 교육구로부터 편지를 받고 가슴이 철렁했다. 모병소에서 요구할 경우 신상내력을 포함한 재학생 명단을 제공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지금 당장 징집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전시이다 보니 긴장이 되더군요. 우리 아이들이 징집이 된다면 전쟁에 대해서 지금처럼 반 방관자로 남아 있지는 못할 거예요”
징병제라면, 혹은 자녀가 군에 있다면 정치인들이 전쟁 결정에 좀 더 신중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두 딸이 군인이 아닌 것은 다 아는 일. 연방 상하원 의원 535명중 자녀를 군대에 보낸 의원은 4명에 불과하고, 그중 자녀가 이라크 전에 참전하는 의원은 단 한명뿐이다. “자기 자식이 군복무중이라면 젊은이들을 사지로 내모는 전쟁을 결정하는 데 지금 보다 훨씬 신중했을 것이다”는 의견이다.
현재로서 징병제의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최소한 국가 지도자들이라면 “내 자식이 군인이라면…”을 염두에 두고 전쟁 계획을 세우는 치밀함이 있었어야 했다.
<권정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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