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150마일 떨어진 곳에 팔미라라는 도시가 있었다. 유프라테스강과 다마스쿠스 인근 사막지대의 오아시스를 중심 터로 잡은 팔미라는 로마제국 시대에 교역지로 부흥해 ‘사막의 궁전’으로 불렸다.
동과 서를 오가며 장사하는 카라반들이 쉬어가던 팔미라는 자체 군대를 보유했을 뿐 아니라 로마황제도 그 독자적인 지위를 인정할 정도로 영향력이 컸다. 하지만 부를 쌓고 기고만장해진 팔미라의 왕비 제노비아가 왕이 죽자 자신의 아들을 황제로 추대하면서 로마황제의 미움을 샀고 마침내 로마군의 말발굽에 ‘제국의 저녁’을 맞았다.
정권이 무너지고 그 후 대지진을 맞은 팔미라였지만 주민들은 화려한 문화유적을 후대에 남기려 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사막의 모래바람이 이 유적을 깡그리 덮어버렸다. 오랜 뒤 복원작업이 시작돼 부분적으로 옛 모습이 드러나긴 했지만 대부분은 그대로 묻혀 있다. 당시 주민들은 시도 때도 없이 휘몰아치는 모래바람에 진저리를 쳤을 게다.
중국 베이징 서북쪽 45마일 지점의 허베이성에 톈모사막이 있다. 내몽고에서 날아온 모래바람은 높이가 20야드나 되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모래언덕을 형성했다. 문제는 이 모래언덕이 해마다 몇 야드씩 베이징을 향해 동진한다는 점이다. 베이징 주민들에겐 ‘날아다니는 사막’으로 명명된 이 모래언덕이 여간 신경 쓰이는 존재가 아니다. 오죽하면 당국이 이 사막을 녹화사업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학습장’으로 삼았을까. 모래언덕은 그야말로 스트레스 덩어리에 다름 아니다.
사막의 모래바람은 봄부터 여름까지 한달 평균 20일 동안 불어댄다. 심하면 50 야드 전방도 가늠하기 어렵다. 시야도 시야지만 시속 20마일의 모래 강풍이 불라치면 제대로 걷기도 힘들어 이만저만 짜증나는 게 아니다. 완전무장한 군인이라고 철없이 나섰다간 눈물이 나고 입에서 모래가 씹혀 기분이 완전히 ‘바닥’에 이른다.
병사들은 위한 간이식당마저도 문을 열 수 없어 시레이션으로 끼니를 때우고, 화장실 갈 때도 얼굴을 칭칭 감거나 보호안경을 껴야 한다. 만사가 귀찮다고 막사 안에 ‘꼭꼭 숨어도’ 미세한 모래가루를 온전히 차단할 수 없다. 모래바람은 미군의 진군을 방해하고 지형을 순식간에 뒤바꿔 놓아 계획된 진로를 흩트릴 수도 있다. 헬기가 이착륙을 맘대로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모래바람이 ‘최대 복병’이란 말이 나돌 정도다.
어차피 저질러진 전쟁이고 승패 여부보다는 승리 시점에 관심이 모이는 전쟁이다. 다만, 모래바람에 시달리는 미군들이 행여 마음의 평정을 잃어 전쟁의 볼모신세인 이라크 주민들의 생명을 가벼이 여기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뿐이다.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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