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는 어머니의 몸을 빌리지 않고 아버지의 머리에서 태어나는 여신이 있다. 아테네의 수호신이자 ‘전쟁의 여신’인 아테나이다.
정의로운 전쟁의 여신으로 추앙받는 아테나의 아버지는 제우스, 어머니는 ‘지혜의 여신’ 메티스이다. ‘
지혜로운 충고’라는 뜻의 메티스가 사사건건 간섭을 하고 충고를 하자 이를 귀찮게 여긴 제우스가 메티스를 삼켜버리면서 이상한 임신은 시작된다(혹은 메티스가 아들을 낳으면 아버지를 쓰러트리고 천지를 지배할 것이라는 예언이 있어서 제우스가 메티스를 삼켰다는 설도 있다).
아무튼 아내를 삼켜버리고 몇 달이 지난 어느날 제우스는 머리에 심한 통증을 느낀다. 머리가 너무 아파서 견딜 수가 없게된 제우스는 헤파이스토스에게 도끼로 머리를 쪼개달라는 부탁을 한다. 제우스의 머리가 쪼개지는 순간 벼락같은 함성과 함께 창과 방패로 완전 무장한 여신이 튀어나오는데 그가 바로 아테나라는 것이다.
어머니를 닮아 지혜가 넘치는 아테나는 제우스가 그 많은 자식들중 가장 총애한 아이로 꼽힌다. 반면 제우스가 가장 싫어한 자식을 꼽자면 단연 아레스이다. ‘전사’라는 의미의 아레스 역시 ‘전쟁의 신’인데 아테나와는 이미지가 정반대이다.
아테나의 전쟁이 전략·전술적 성격의 전쟁으로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방어위주의 전쟁이라면 아레스의 전쟁은 전투를 위한 전투,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전쟁으로 대비된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닥치는 대로 쳐부수고 살육하기를 즐기는 아레스는 항상 포보스와 데이모스라는 쌍등이 아들을 거느리고 다닌다. 이들은 바람둥이 아프로디테가 아레스와 혼외정사를 통해 낳은 아들로 포보스는 ‘공포’ 데이모스는 ‘걱정’라는 뜻. 이들 삼부자는 전차를 몰고 다니며 닥치는 대로 싸움질을 했는데, 그 용맹성이 전사들로부터는 존경을 받을만 했다.
지난 11월부터 뜸을 들여온 이라크 전쟁이 며칠내로 터질 전망이다. “전쟁은 정당하다”는 부시 행정부와 “명분이 없다”는 국내외 반전 진영의 팽팽히 맞선 이견을 한치도 좁히지 못한채 전쟁은 강행될 조짐이다.
이번 전쟁이 정의로운 아테나의 전쟁일지 일방적 폭력의 아레스의 전쟁일지는 보는 입장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전쟁이든 아레스의 두 아들, 포보스와 데이모스를 피할 수는 없다. 이라크의 거리 곳곳에 참호가 구축되고 시민들이 비상식량과 약품, 물을 사 재느라 혈안이 되는 등 전쟁에 대한 공포와 걱정이 고조되고 있다.
전쟁은 돌이킬 수 없는 대세인 것 같다. 부시행정부는 조국을 위해 목숨을 건 미군장병들, 그리고 무고한 이라크 국민들의 희생을 최소화하는 데 모든 지혜를 동원하기를 기대한다.
<권정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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