퍽 오래전 미국 대통령 후보간의 TV토론을 취재한 적이 있었다. 현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 조지 부시와 마이클 두카키스와의 토론이었다.
두카키스가 공격적이었고 부시는 수세에 몰리는 인상이었다. 이로 볼 때 두카키스의 판정승인 듯 싶었다. 옆자리 미국 기자의 의견을 물었더니 비슷한 판정이다.
그렇지만 두카키스가 승리했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미국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Bush looks more presidential, though.” 토론 자체에서는 두카키스가 다소 앞섰는지 모르지만 ‘대통령다워 보이기 경쟁’에서는 부시가 이겼다는 얘기다.
말 싸움에서 때로 밀린다. 그러나 금도를 지키며 참는다. 이런 모습이 더 대통령 답다는 말같다. 비교가 조금은 이상하지만 전투에서는 졌지만 전쟁은 이겼다는 이야기다.
말이 튄다. 인터넷을 통해 온갖 말이 쏟아진다. 그런데 그 말들이라는 게 하나같이 돌출적이다. 극히 파격적이다. 혼란스럽게 느껴진다.
새로 장관이 임명된다. 그 일성은 대뜸 개혁이다. 그 튀는 말은 저항을 불러와 공연히 편가르기의 분위기만 조성된다. 튀는 말, 파격의 현장언어의 난무가 불러온 현상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도 그렇다. 당선자 시절 그의 발언은 항상 신문의 톱이었다. 그 내용의 중요성 보다도 항상 예측불허의 방향 때문이었다. 당선자 시절 발언은 그렇다고 치자. 대통령이 되고서도 상반 되는 말의 연속이다.
두 주전 노 대통령은 한·미 동맹을 소중히 발전 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노 대통령이 영국 일간지와 인터뷰에서는 전혀 다른 말을 했다.
노 대통령이 이번에는 한국의 평검사들과 말의 잔치를 벌였다. 대통령은 개혁을 거부하는 검찰을 나무랬다. 또 깊은 불신감을 토로했다. 일개 평검사들이 서슴없이 대통령의 약점을 공격했다. 또 정치권력의 저의에 대한 의심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그 와중에서 대통령은 얼굴이 붉어졌다. 상당히 험한 발언도 나왔다.
토론의 결과는 일단 대통령의 판정승 같다. 우선 새로운 토론 문화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점수를 땄다. 또 이미지 메이크 업에서 검찰측은 감점을 한 결과다.
그러면 그로 끝나는 것인가. 아마 아닐 것이다. 대통령의 말은 무겁고 만금의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볼 때 판정은 달라질 수도 있다.
대통령은 말을 아껴야 한다. 대통령의 말은 일반 정치인은 물론, 대통령 후보 시절과도 달라야 한다. 이 면에서 평점이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일개 평검사와 얼굴을 붉히며 토론을 벌이는 대통령. 어딘가 ‘look presidential’하지 못한 인상이다.
<옥세철 논설실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