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이면 미국 교사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한국을 체험하게 하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미국 교사들이 한인 학생들과 학부모, 그리고 한인가정의 교육 풍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들이다.
몇 년전 국제 교육진흥원이 주관한 한국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한 한 교사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LA 한인타운 인근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그는 한국사회를 직접 눈으로 보고나니 한인들의 사고방식이 훨씬 잘 이해가 된다며 한국 방문 경험을 높이 평가했다. 그리고 말끝에 그는 이런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연수를 마친 후 축하파티가 있었습니다. 정부 고위관리들, 저명인사들이 참석했는데 주최측에서 건배를 하자며 일행중 ‘제일 중요한 분’이 누구인지를 묻더군요. 모두들 한 여교사를 가리켰지요. 그랬더니 다시 ‘제일 연장자’가 누구인지를 묻더군요. 그래서 또 그 여성을 가리켰지요. 그랬더니 이번에는 ‘제일 중요한 남자분’이 누구냐고 묻는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사람은 당연히 남자일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갑자기 도전을 받자 주최측 인사가 당황을 한 것 같더라고 그는 전했다.
어떤 집단이든 수장은 남자, 회사 사장실에 남녀가 있으면 남성은 사장, 여성은 비서, 병원에 남녀가 있으면 남성은 의사, 여성은 간호사로 무의식중에 받아들이는 것이 일반적 고정관념이다. 눈으로 보면서도 그런 선입견을 떨치기가 어려운데 목소리만 들을 때는 그 편견이 얼마나 더 심할까.
한국에서 사상 최초로 여성이 법무장관에 임명되면서 요 며칠 해프닝이 있었다고 한다. 강금실 장관이 전화를 하면 ‘낯선 여자 목소리’에 익숙하지 않은 남성 간부들이 너무 가볍게 대꾸하다가 실수를 범하는 일들이 생긴다고 한다.
전화선 너머로 ‘여자 목소리’가 들리면 으레 한 등급 낮춰서 응대하는 것은 신문사에서도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여기자들 누구나 경험하는 통화 내용 중의 하나.
“편집국 기자랑 이야기하고 싶은 데요”
“네, 말씀하시지요”
“아니, 기자를 바꿔 주십시오”
“제가 기자입니다”
“그게 아니고… 남자 기자 없습니까?”
선배 여기자가 남자 후배의 전화를 대신 받아주면 비서나 부하 취급을 받는 것도 흔한 일 중의 하나이다. 그런 대접의 근거는 단 하나, ‘목소리가 여자’라는 것이다.
세상은 급속히 변하는 데 우리의 의식은 이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성별과 나이로 지위 고하가 가려지던 시대는 지났다. 고정관념의 탈피는 전화매너에서도 필요하다.
<권정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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