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는 실제 전쟁에서 사용될 수 있는가. 일본 히로시마에 최초의 원자폭탄이 사용된 이후 줄곧 제기되어온 질문이다.
‘사용될 수 없다’가 한동안 정답처럼 돼 있었다. 그 피해가 너무나 참담해서다.
동서냉전이 치열하던 시절 한 때 중국은 미국을 ‘종이 호랑이’라고 불렀다. 물론 다분히 프로퍼갠더성 비난이었다.
그러나 일말의 진실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미국이 핵무기를 공격용으로는 결코 사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부분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미·소 대립이 냉전으로 시작해 냉전으로 끝난 것은 핵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전면전에 돌입할 경우 그 결과는 철저한 상호 파멸밖에 없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이런 핵무기에 대한 개념이 1980년대부터 달라지기 시작한다. ‘인간은 개발한 무기를 결코 사용하지 않은 적이 없다’는 전제에서 시작된 변화다.
이와 함께 ‘핵전쟁은 이길 수도 있는 전쟁’이라는 주장이 대두됐다. 바꾸어 말하면 핵전쟁은 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전제 하에 미사일 방어망 아이디어가 정책화 됐다. 레이건 행정부의 MX미사일 계획이다.
‘핵은 전쟁을 억지 시킨다’는 개념은 오늘날 날로 희석되고 있다. 인도, 파키스탄 등이 핵보유국이 됐다. 게다가 불량 국가로 점찍힌 나라들이 대량살상무기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이지면서 핵무기는 공격용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적은 악하다. 그러나 냉정히 계산을 하는 이성적 존재다’-. ‘핵=전쟁억지력’ 전략은 이런 전제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미·소의 대립이 바로 이런 양상이었다.
‘적은 악한 데다가 비이성적 존재다’-. 광신적 적성 집단이 핵을 보유하게 됐을 경우 전혀 예측불허의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선제공격론’은 이런 불안감의 발로다.
북핵 위기가 계속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이미 되돌아올 수 없는 지점까지 갔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내 기류도 강경 쪽으로만 쏠리고 있다.
동시에 끔직한 말이 여기저기서 마구 나온다. 영변폭격설이 그 하나다. 더 무시무시한 것은전술핵 사용론이다. 서울이 불바다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라는 말이다.
미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는 이런 이야기들은 단순 엄포용 일 수 있다. 그렇지만 한반도 핵위기 마지막 가능성에 대비해 이미 비상대책이 수립돼 있고 그 중에는 전술핵 사용도 포함돼 있다는 시사로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섬뜩한 것이다.
북핵 위기를 잠재울 묘수는 과연 없는 것인가.
<옥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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