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적 기호 갖고 음식 대해야”
● 3가 초등교 수지 오 교장
전부터 알고 있었다. 3가 초등학교 수지 오 교장이 미식가라는 건.
몇해 전인가 타운의 허름한 육개장 원조집 ‘늘봄’에서 우연히 마주쳤던 그녀가 “여기 육개장이 진짜”라고 동행에게 슬쩍 건네던 그 한마디로 이미 눈치챘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주 라치몬트의 타이 레스토랑 ‘찬 다라’(Chan Dara)에서 다시 만난 오 교장은 “타이음식은 할리웃 타이촌에 가야 제 맛이지만 퓨전 타이라면 여기도 괜찮다”는 첫마디와 함께 LA 유명 타이 레스토랑 이름과 스페셜티를 주르륵 꿰었다.
일주일에 최소 한번은 타이음식을 즐긴다는 그녀. 이날 점심 메뉴는 ‘칼라마리 샤도네’와 꼬치구이 ‘사테’(Sate)를 애피타이저로, 해물잡채 같은 ‘팟운선’(Pad Woon Sen)과 표고·아스파라거스를 메인 디시로 시켰다.
“너무 달지 않게 설탕을 줄이고, 육류는 돼지고기 빼고 닭고기와 쇠고기로만, 밥은 브라운 라이스로-”
까다롭게 주문하는 품새부터 예사롭지 않다. 평소 이탈리아, 인도, 월남, 멕시코, 모로코, 이디오피아, 유대, 일본 등 온 세계 음식을 두루두루 즐긴다는 오 교장의 설명을 가만히 듣고 있자니 결코 ‘닥치는 대로’ 먹는 타입은 아니다.
월남음식으로는 ‘포타지’와 같이 잘 알려지지 않은 프렌치 풍 음식을, 이탈리안은 시실리 지방음식을, 또 멕시칸은 사우스웨스턴 풍인 ‘텍스-멕스’를 즐기는 등 지역적 기호를 갖고 음식을 접한다니 말이다.
또 맛만 보듯 접시마다 한술씩 뜨나 했더니 식사를 마쳤다며 ‘크림 브룰레이’를 주문한다.
오 교장에 따르면 정통 타이식당에는 코코넛이나 바나나 튀김으로 만든 디저트가 있지만 미국화된 식당에서 정통 디저트까지 기대하는 것은 무리란다.
“디저트 안 먹으면 문장에 종지부 안 찍은 것 같아서…”라는 교육자다운 설명도 빼놓지 않는다.
책과 미디어를 통해 음식과 문화를 탐구하고 새로운 식당을 소개받으면 반드시 가서 직접 맛을 봐야 직성이 풀린다는 수지 오 교장의 모토는 ‘일은 노예처럼, 식사는 여왕처럼’.
그녀와 함께 한 ‘찬 다라’에서의 점심은 마치 ‘수지 오의 세계의 요리’ 강좌를 듣는 것처럼 뱃속과 머리가 꽉 찬 느낌을 주었다.
<김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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