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를 넘기기 어렵다. 체력이 떨어져서다. 집중력도 그렇다.
인생을 살다보면 여러가지 우여곡절을 겪게된다. 그만큼 인생의 지혜는 생기지만 머리가 복잡하다. 그 결과 집중력은 현저히 떨어지게 돼 있다. 그래서 30 넘기기가 힘들다는 말이다.
승부로 인생을 살아가는 프로 기사 이야기다. 참 힘들다. 우선 15세 이후에 입단했다고 하면 대체로 대성이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천재성이 없다는 말과 같아서다.
어린 나이에 입단하면 성공이 보장되는가. 그도 아니다. 재능만으로도 안되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에 반짝 했다가 스러지는 천재가 하나 둘이 아닌 게 바로 이런 이유다.
한 시대를 풍미한 초일류 기사들을 보자. 대부분이 평균 12∼13세를 전후해 입단을 한다. 그리고 10년여 이상의 오랜 각고가 뒤 따른다. 그 때 쯤에야 정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한 때 일본 기계를 호령한 임해봉이 그랬다. 조치훈도 비슷한 궤적을 그리며 정상에 올랐다.
요즘은 한 마디로 ‘무서운 아이’들의 세상이다. 그만큼 기사의 층이 두껍고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와호(臥虎)와 장룡(臟龍)이 우글댄다고 할까.
이 바닥에서 정상에 올라선다는 건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더구나 한국·중국·일본의 뭇 고수들이 운집한 마당에서야 더 말할 것도 없다.
명색이 프로 기사인데 평생 도전기 한번 못 두어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대사건이 발생했다. 삼성화재배 세계바둑 오픈에서 조훈현이 중국의 왕레이를 누르고 우승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9번째 세계대회 우승이다.
말이 쉬워 우승이다. 한국의 정예가 모두 초전에 탈락, 홀로 4강에 오른 조훈현은 3명의 중국 최고수들에 포위를 당했다. 상대는 모두가 20대. 저마다 절정의 기예를 지닌 중원을 대표하는 검객들이다. 이런 그들을 하나 하나 격파해 참피온 한국바둑의 위상을 지켜 낸 것이다. 뭐랄까. 흰 머리를 날리는 노장이 필마단기(匹馬單騎)로 중원 무림의 고수가 총 집결한 이중삼중의 검진(劍陣)을 정면 돌파한 모습이다.
우승도 우승이지만 정작 평가해야 할 부문은 50이 넘은 나이에 정상을 지켜냈다는 점이다.바둑 외길. 프로로서의 엄격한 자기 관리가 이런 기록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는 것이다.
‘조훈현의 검은 녹슬지 않았다’-. 대선 후유증으로 여전히 좌절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한국의 5060세대. 그들에게 무더운 여름밤 한 줄기 시원한 소낙비 같은 뉴스가 아니었을까.
<옥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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