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신부들’펴낸 소니아 선우 여사
미주한인 이민 100주년을 맞아 초기 이민사의 모태였던 ‘사진신부’들의 한과 눈물의 역사가 본인들의 구술을 통해 생생이 담겨 있는 책으로 출판돼 100주년의 의미를 더욱 뜻깊게 하고 있다.
화제의 책은 사진 신부의 딸로 워싱턴과 미주리 주립대에서 가르쳤던 소니아 신 선우(87)여사가 펴낸 ‘한인 사진신부들(Korean Picture Brides)’. 이 책에는 모두 28명의 사진신부들이 생전에 남긴 초기 이민사회의 모습과 사진신부들의 애환이 일대일 인터뷰 형식으로 담겨 있다.
17일 웨스트우드의 이스트윈드 서점에서 출판기념 사인회를 가진 저자가 이 책에 실린 사진신부들의 구술을 직접 수집한 것은 지난 75년. 그냥 묻힐 뻔했던 구술 이민사가 무려 27년 만에 빛을 본 것이다.
미주리의 센트럴 메소디스트 대학에서 교편을 잡던 시절 이뤄졌다. 자신의 뿌리에 관심이 많던 며느리의 요청으로 사진신부 인터뷰를 시작한 저자는 당시 70∼80대의 고령이던 사진 신부들이 곧 세상을 떠날 것을 우려한 선우 여사는 1년간 휴직을 한 뒤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워싱턴, 오리건, 뉴욕, 버지니아, 워싱턴DC 등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이들을 만났다고 한다.
이 때 모은 자료로 지난 82년 ‘초기 한인 이민 선구자들(Early Korean Pioneers in USA)’을 썼고, 얼마 뒤 고대민족문화연구소의 의뢰로 ‘하와이 초기 한인 이민약사’를 출판했다. 다음 프로젝트로 이 책을 발간은 준비했으나 뜻하지 않던 뇌졸중이 찾아와 뜻을 접어야 했다. 하지만 남편 해롤드 선우(84) 박사와 첫 아이디어를 줬던 며느리, 아들의 도움으로 인터뷰 27년만인 지난해 말 집필을 끝낼 수 있었다.
이 책에는 3.1운동에 참가했던 박경신 여사, 대한애국부인회 초대회장을 지낸 김혜원 여사, 초기 멕시코 이민자의 딸인 로사 선우 여사 등의 구술 이민사가 들어있는데 미국 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나 취직이 안돼 다시 농장 일을 해야 했고 졸업 뒤에도 교사를 할 수 없다는 학장의 말에 중도에 대학을 포기해야 했던 사진신부들의 애환이 생생한 구술로 전달되고 있다.
선우 여사는 17일 “격변기인 구한말 미국에 건너와 초기 한인사회의 기틀을 닦은 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간 초기 여성 이민자의 헌신 덕분에 오늘날의 우리가 있을 수 있었다”며 “젊은 세대들은 이들의 역사를 통해 자신이 한인이라는 뿌리를 잊지 않는 미국시민으로 살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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