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됐다고 한다. 센서스를 일종의 여론조사로 본다면 그 역사는 기원전 1500년, 그러니까 3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이다.
고대 이집트, 중국, 그리스 등지에서 이미 그런 조사가 실시됐고 로마시대에는 2∼3년마다 시민들의 가치관을 조사했다는 것이다.
본격적 의미의 여론조사는 그러나 19세기 말에서부터 시작됐다. 대중(大衆)에 대한 연구, 사회학의 발달이 이때부터 이루어져서다.
이후 여론조사 방법은 계속 발달해 이제는 오차 범위가 3∼4% 이내에 이르는 정도가 됐다. 그 정확도가 ‘족집게’ 수준에 이르렀다는 말이다.
이같은 정확도에도 불구, 여론조사는 모든 표심(票心)을 읽어내지 못하는 모양이다. 올 미국의 총선을 앞두고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가 그랬다.
‘박빙의 승부, 그러므로 지난번 대선 때처럼 개표과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법원이 개입해야 할지도 모른다’-. 대부분 관측통들이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내린 전망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공화당의 압승이었다.
그처럼 정확도를 자랑하는 유수의 여론조사 기관들이 미 유권자의 밑바닥 정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 W. 부시의 영향력을 과소 평가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여론조사에 응답한 것과 실제 투표 성향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아서다.
‘3∼8% 차이로 노무현 후보가 앞서고 있다’-. D-2 시점에서의 LA타임스 보도다. 그러면서도 누가 당선될지 전망은 회피하고 있다. 부동표 때문이다. 30% 가까운 유권자가 마음을 정하지 못했으니 섣부른 전망을 내릴 수 없는 것이다.
왜 이처럼 부동표가 많을까. 의견을 솔직히 드러내기를 꺼리는 국민성 때문이다. 한 국내 통계전문가의 주장이다. 입 조심하는 게 상책이란 생각이 굳어져 한국인들은 여론조사에서도 좀처럼 본심을 밝히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맞는 말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보다는 이번 대선이 최선의 선택이 아닌, 차악(差惡·Lesser Evil)의 선택의 성격이 더 짙은 탓이 아닐까.
“이회창이 안전한긴 한 것 같은데 뭔가 답답하고… 노무현이 신선하긴 한 것 같은데 뭔가 불안하고….” 한 중년 유권자의 푸념이다. 둘 다 썩 내키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나저나 이제는 D데이다. 갈곳 몰라 헤매던 표심은 어디로 향할 것인지….
<옥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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