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 사는 80대 한인 할머니는 집에서 틈만 나면 공책에 글자를 채운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이 할머니는 불경을 펴놓고 처음부터 그대로 베껴 내려간다. 한 자 한 자 연필을 움직이면서 머리로는 뜻을 새겨본다. “부처님 말씀을 공책에 옮겨 쓰면서 참된 삶의 자세를 생각하니 머리가 맑아진다”는 이 할머니는 단순해 보이지만 손 운동과 두뇌운동을 겸하고 있어 효과적인 치매예방책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60대 중반의 한 할머니는 독서를 좋아한다. 대학교육까지 받은 이 할머니는 젊었을 때 총명하다는 얘기를 주위에서 많이 들었으나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감퇴하고 판단력이 흐려지자 치매로 이어질까 우려해 요즘엔 신문을 열심히 읽는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하루에 2~3시간씩 자그마한 기사까지 읽어 두뇌를 움직이도록 노력한다”고 나름대로의 ‘비법’을 말했다.
70세가 넘은 한 할머니는 양로원의 친구들로부터 ‘화투의 달인’으로 불린다. 아침식사를 끝내고 양로원에 들르면 함께 화투를 치려는 할머니들이 모이고 판이 벌어진다. 평소 화투치기를 즐겨하긴 했지만 몸이 피곤해도 이를 포기하지 않는 것은 머리를 쓰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해서란다.
같은 또래의 한 할머니는 노인학교 모범생이다.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오전시간을 할애해 학교에 간다. 공부도 배우고 친구들과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스트레스도 풀면 삶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갖게 된다고 했다. “집에만 틀어박혀 있으면 멍청해지고 더 빨리 늙어 노망을 부리지 않겠느냐”는 게 이유다.
환갑이 넘은 노인뿐 아니라 40~50대 장년층에서도 치매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전문의를 찾아 기억력과 집중력 감퇴를 호소한다는 것이다. 치매도 아닌데 지레 겁을 먹고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지나친 행동이지만, “건강한 내가 설마” 하며 안이한 생활을 하는 것도 바른 자세는 아닐 게다.
치매를 앓고 있는 로널드 레이건 전대통령의 증세가 악화돼 이젠 부인 낸시 여사도 알아보지 못한다고 한다. “이 병의 가장 나쁜 점은 추억거리가 많아도 함께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것”이란 말에 담긴 낸시 레이건 여사의 슬픔은 치매가 얼마나 무서운 병인가를 잘 드러낸다.
치매는 뇌 세포를 죽이는 독성물질로 초래된다고 한다. 그러니 이 물질을 감소시키는 게 최선의 예방책이다. 적당한 운동, 사회 활동, 독서, 식이요법 등 길은 다양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치매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는 인식을 갖는 것이 아닐까. 아름다운 추억을 소중한 사람과 오래도록 나누기 위해서 말이다.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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