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정치,사회,경제현실에 실망한 지식층 이민 늘어
9.11테러와 월드컵으로 크게 줄었던 한국인들의 미국이민이 다시 급증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정치·사회·경제적 현실에 절망감을 느낀 지식층의 이민이 폭증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미국이 9·11 테러의 충격을 잘 극복한데다 월드컵 축제로 잠시 잊었던 한국적 현실에 대한 실망감이 더욱 크게 작용하고 있는 때문으로 관련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20일 미국 및 한국내 이민 관련업계에 따르면 8월 이후 미국 등으로 이민을 위해 비자나 영주권 상담을 해오는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지난해 9·11 테러 이후 월드컵 기간까지 한국에서 실제 이민을 떠나는 고객 수와 희망자 수는 이민 인원이 최고에 달했던 2000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올 7월 중순에 들어서면서 다시 늘기 시작해
2000년 이민자 수(1만5,307명)에 도달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같은 추세를 반영, 최근 서울 등 대도시에서 개최되는 이민설명회장 마다 인파가 붐비고 있다. 지난 8월24일과 25일 이틀간 서울 코엑스전시장과 대구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해외이주 박람회에는 무려 3만5000여명의 인파가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한국내 이민 관련업체들은 그러나 9.11테러 이후, 특히 한국 대표팀이 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들어냈던 지난 6월과 7월 두 달 동안에 이민 희망자가 없어 개점휴업 상태를 면치 못했다.
이주업체 관계자들은 이같은 이민 폭증현상에 대해 "월드컵 휴유증"이라며 "무엇이든지 다 이룰 수 있을 것 같던 승리감이 월드컵 이전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교육 현실이나 경제적 상황에 부딪히자 결국 더 큰 좌절로 변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최근 베이지역으로 이민온 박모씨(43)도 "아이는 아이대로 경쟁적 교육현실에서 고생하고, 부모는 매월 수십, 수백만원에 달하는 사교육비를 감당해야 하는 현실을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왔다"며 "월드컵은 잠시 그러한 현실을 잊게 했지만 그 환상이 사라지면서 이민이 다시 급증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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