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의 교수가 술독에 빠졌다.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마셔댔다. 막걸리를 마실 때는 작은 대야에 가득 담아 후루룩 비울 정도였다. 더 이상 학생을 가르칠 심신이 아니었다.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활동할 수 없는 지경에 처한 술고래 남편을 바로 잡기 위해 아내가 팔을 걷어붙였다.
어떻게 해서든 남편을 살려내기 위해 고민하던 아내는 대담한 결단을 내렸다. “내가 술을 마시면 놀라서 끊겠지”하며 아내는 남편이 보는 앞에서 소주를 들이켰다. 입에 대지도 못하던 쓴 소주를 남편의 만류를 뿌리치며 목으로 넘겼다. 노래도 부르고 고함도 치며 일부러 흐트러진 모습을 보였다.
수개월이 흘렀고 아내의 음주를 보다 못한 남편은 단주를 약속하고 이행했다. 아내 덕에 술을 끊게 된 것이다. 다행스런 일이었다. 그런데 예기치 않던 일이 생기고 말았다. 이젠 아내가 골칫거리가 됐다. 남편을 구하려 마시게 된 술에 조금씩 맛이 들어 반주 한두 잔이라도 술 없이는 밥을 먹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남편은 끌탕을 했지만 묘수가 없었다. 결국 이 아내는 서울 근교의 알콜중독 치료센터에 들어가야 했다. 단주 친목단체인 ‘알콜중독자연맹’(AA: Alcoholic Anonymous)에서는 이처럼 희한한 사연들이 쏟아진다.
알콜 중독자 남편을 둔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잘못된 음주습관에 빠질 확률이 세배나 높고 실제 보통 여성보다 술을 더 자주 그리고 많이 마신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이 이슈가 새롭게 관심을 끌고 있다. UC샌디에고 정신심리학과 마크 슈키트 박사팀이 학술지 ‘알콜중독 임상실험연구’ 9월호에 발표한 논문이 바로 그것이다.
남성에게나 여성에게나 술은 몸에 좋을 리 없다. 그런데 특히 여성의 음주는 그 해가 가중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남성의 체중이 대체로 여성보다 무겁고 무거울수록 술에 강하다는 점을 배려하더라도, “여성은 남성보다 몸에 수분이 적어 알콜 희석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같은 양을 마셔도 여성이 남성보다 물이 적게 든 물통에 알콜을 붇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당연히 술 마시는 여성의 몸은 술 마시는 남성보다 더 망가질 공산이 크다. 간, 심장, 뇌 손상이 남성보다 빨리 진행된다는 것은 이미 학계에 정론으로 자리잡았다. 게다가 유방암 위험을 높인다는 지적도 있다. 음주운전 사고도 간과할 수 없다.
애연가 가장이 간접흡연의 폐해로 집에서 코너에 몰리더니 이번엔 애주가 가장이 아내에게 퍼지는 ‘전염 음주’로 도마 위에 오를 판이다. 술을 벗삼아 사는 남성들이 ‘깨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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