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이면 교통체증이 더 심한 것 같다”는 게 보통 장거리 출퇴근자들의 느낌이다. 주말 이틀을 쉬고 나서 월요일 아침에 출근하려면 ‘월요병’이 도지는 탓인지 프리웨이 교통체증이 평소보다 더 짜증스럽게 느껴진다.
그런데 지난 16일은 의외의 월요일이었다. 프리웨이가 펑 뚫려서 출근길에 만나는 사람마다 “오늘 같으면 운전할만 하다”며 기분 좋아했다. 유대인 명절인 욤 키퍼를 맞아 학교들이 문을 닫고 유대인들이 대부분 집에서 쉬니까 남가주 일대의 거리가 다 한산해졌다. 유대인들의 새해가 시작되면서 유대인의 저력이 다시 한번 드러나는 때이다.
유대인의 달력은 세계 공통의 그레고리안력과 다르다. 태양력이 아니라 음력이어서 우리의 음력과 비슷하다. 예를 들어 지난 7일은 우리의 음력으로 8월1일, 유대 달력으로 5763년 정월 초하루이다. 유대 달력으로 1월은 그레고리안력 3~4월에 놓이는 니산. 그러나 새해는 7번째 달인 티시리에 시작된다. 대개 9월이자 바로 음력 8월이어서 우리의 추석이 있는 달에 유대인들은 설날을 맞는다.
설날인 로시 하샤나부터 욤 키퍼까지의 열흘은 유대인들에게 연중 가장 성스러운 기간이다. 이때 창조주가 지난 한해동안 개개인의 삶의 내용을 점검해 제10일인 욤 키퍼에 심판을 내린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능한한 경건한 생활을 하며 ‘속죄의 날’인 욤 키퍼 전날 일몰부터 24시간은 금식을 하며 참회의 기도를 드리는 것이 정통 유대인들의 새해 맞이이다. 먹고 마시기, 목욕등이 금지되고 가죽신을 신는 것도 금지되며 노동도 금지된다.
로시 하샤나, 욤 키퍼를 많은 교육구들이 공휴일로 정한 것은 노동을 금지한 계율을 유대인 교사들이 너무 충실히 따른 덕분. LA 3가국민학교의 유대인 교사인 조앤 마크씨에 따르면 명절에 결근하는 것은 처음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6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명절을 맞아) 쉬려면 문제가 될까봐 겁이 났어요. 하지만 결근하는 교사들이 점점 늘어나고, 학교마다 임시교사를 구하느라 애를 먹다보니 10여년전 교육구가 아예 이 날을 공휴일로 정한 것이지요”
한편 그가 가르치는 3가 국민학교 재학생은 과반수가 한인 어린이들이다. 한인 어린이들이 유대인 명절은 공휴일로 즐기면서 한국 명절은 평상시대로 보내는 것이 아직까지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의 추석이 불과 며칠 앞의 욤 키퍼처럼 미국 사회에서 명절로 인정받는 날은 언제쯤일까. 커뮤니티의 힘과 개개인의 용기가 필요하다. <권정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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