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부드럽게 하되 커다란 몽둥이를 지녀야 한다.” 미국의 제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즈벨트의 말이다. ‘몽둥이 외교’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일종의 제국주의적 외교다. 전함을 동원해 미국의 이해를 관철시키는 해외정책이다. 이 루즈벨트가 한 이야기 중 유명한 게 또 하나 있다. ‘my s.o.b.’(son of bitch)란 말이다.
미국의 꼭두각시 격인 라틴 아메리카의 독재자를 지칭한 말이다. 부패한 독재자이지만 미국의 이해를 충실히 지켜주는 친미노선의 통치자를 ‘my s.o.b.’로 불렀던 것.
‘권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모택동에 따르면 ‘총구(銃口)에서 나온다’가 정답이다. 같은 질문을 중동지역에서 던졌을 때 어떤 대답이 나올까. ‘석유에서 나온다’가 정답일 것이다.
이 지역에서 정치라는 건 석유에 의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민권이라든지, 민주화, 선거 등은 정치와 아무 관련이 없다. 누가 석유를 컨트롤하는가가 파워와 직결되고 있다. 간단히 말해 석유가 있으면 그 체제는 어떤 체제든 계속 유지되어 와 하는 말이다. 이라크가 그렇고 리비아가 그렇다. 또 사우디아라비아 왕정은 바로 ‘석유에 의한 통치’라는 정의가 가능할 정도다.
이 ‘석유의 정치’가 통용되어온 데에는 바로 ‘my s.o.b.’론이 한 몫을 거든 게 사실이다. 비유하자면 이런 식이다.
“값싼 개스를 제공하는 주유소가 있다. 주유소 종업원이 혹사를 당하든, 가족이 구타를 당하든 알 바 아니다. 집안 싸움에 끼여들었다가 개스 값이 오르거나, 혹시 불이라도 나면 보통 일이 아니니까. 그러니 주인을 살살 달래야 한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임박과 함께 온갖 설이 난무한다. 그 중 하나가 이라크가 자국은 물론이고 사우디 유전을 파괴하는 초토화 작전을 펼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다.
이 자폭성의 ‘주유소 습격사건’이 발생하면 어떻게 되나. 그런데 별반 우려하는 기색이 없어 보인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러시아는 하루 평균 50여만배럴 이상 산유량을 조용히 늘려왔다. 앞으로 수년간 러시아는 이 비율로 계속해 산유량을 늘릴 것이다.” ‘포린 어페어’지에 실린 한 에너지 전문가의 지적으로 최악의 상황을 맞이해도 미국의 원유 공급은 석달이면 정상을 찾는다는 진단이다.
석유를 둘러싼 계산서는 이미 나와 있다는 이야기 같다. 국제정치의 냉혹성이 새삼 엿보이는 대목 같기도 하다.
그나저나 중동지역에서 ‘석유의 정치’는 이제 끝이 나가는 게 아닐까. <옥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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