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는 ‘체면의 문화’다. 많이 듣는 말이다. 이런 사회를 라이샤워는 신분지향사회(Status-oriented)로 불렀다. 신분에만 의미를 두는 사회라는 개념이다. 체면문화의 사회는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하는 멘탈리티의 지배를 받기 쉬운 사회다.
이런 의식이 저변을 이룰 때 부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획일화다. 자기 표현에 충실하기보다는 모든 면에서 ‘신분이 높은 사람’을 모방하기에 급급한 분위기가 빚어내는 현상이다.
주택이 우선 그렇다. 한국에서는 아파트의 평수가 그토록 중요하다고 한다. 신분이 어느 정도 됐으면 무조건 50평 이상에서는 살아야 체면이 선다는 식이라는 것이다.
자동차도 그렇다. 개인의 취향보다는 체면이 앞선다. 그러므로 형편과는 관계없이 고급 브랜드 차를 타야 행세하는 사람이라는 의식이 팽배해 있는 것이다.
취미생활도 비슷한 측면이 많다. 나이도 들고 적당한 지위도 생기면 이러 이러한 취미생활을 해야지 다른 건 볼썽 사납다는 식이다. 남이 보라는 식의 취미생활인 셈이다.
말하자면 취미생활조차 부지부식간에 성공한 사람, 즉 ‘신분이 높은 사람’을 모방하는 경향이다. 따라서 취미생활에서 다양성은 보기 힘들다. 획일성만 엿보인다.
상당히 성공한 비즈니스맨인데 주말이면 항상 작업복 차림이다. 취미인 목수 일에 파묻히기 때문이다. 이런 한국 사람은 보기 어렵다. 대개가 미국인 이야기다.
’한인 단체장들은 괴롭다’-. 얼마전 보도된 기사다. 하루가 멀다고 날아오는 기금모금 골프대회 초청장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단체장은 임기 2년 동안 30여회 기금모금 골프 토너먼트에 참석해 개인 돈으로만 5,000여달러를 기부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참석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
안 갔다가는 온갖 인신공격성 비난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참석했다는 토로다. 또 시간적 부담도 보통이 아니라는 푸념이다. 연중무휴식으로 기금모금 골프행사가 열려 계속 쫓아다니다 보니 시간낭비도 보통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로 그치는 게 아니다. 온갖 경조사가 또 기다리고 있다. 결혼 청첩장만 매달 10여장 이상 날아든다. 시즌이면 더 많아진다. 아주 적게 잡아도 100달러 이상은 내야 체면이 선다.
못 가도 최소한 부조는 보내야 한다. 장례식에 안 갔다가는 나중에 얼마나 원망을 들을지 모른다.
"아예 단골 꽃집과 계약을 맺고 있다." 다른 단체장의 말이다. 부조를 적게 하면 표가 나니까 아예 꽃을 보내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게 도리어 싸게 먹힌다는 이야기다.
’체면 문화가 지배하고 있는 미주 한인 사회’-. 한번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닐까.
<옥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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