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만이 물난리가 아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임신 8개월의 여성도 물동이를 지고 몇 시간씩 걸어 강이나 공동수도를 찾아다닌다. 소말리아 서남부 지역에는 물이 많지만 불소가 다량 함유돼 있어 주민들의 뼈와 이가 남아나질 않는다. 인도 정부가 북부지역에 2,700개의 우물을 팠지만 이 중 2,300개가 말라버렸다. 모잠비크의 한 지역 주민들은 물 구경을 하지 못해 나무뿌리의 수액으로 갈증을 달래고 있다.
우리 몸과 지구 표면은 각각 70%가 물로 채워져 있어 절묘한 조화인 듯 하지만, 실제 짜지 않아 식수로 사용 가능한 담수는 고작 3%이다. 게다가 지난 50년간 인구는 갑절이 됐으나 물 소비량은 6배나 껑충 뛰었다. 그러다 보니 지구인 10명중 4명은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오염된 물을 마시다 죽는 사람이 매년 220만명에 이르고 있다는 게 유엔의 통계다. 2025년께 세계인구는 80억명으로 증가할 것이고 깨끗한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는 사람은 50억명이 될 것이란 경고도 첨가돼 있다.
물은 석유와 달리 대체재나 보완재가 없다. 양은 한정돼 있고 인구는 증가하지만 첨단과학도 물 한 방울 만들어 낼 수 없으니 딱한 일이다. 이러니 ‘물 시장’이 황금시장이란 점을 간파한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아프리카 모리타니의 수도 누악의 물장수는 200리터를 1달러에 팔고 있어 웬만한 서민들은 엄두도 못 낸다.
미국내 담수의 40%를 보유하고 있는 알래스카 주정부는 ‘물 수출’로 큰돈을 벌어볼 궁리를 하고 있다. 비벤디, 수에즈 등 지구촌 수자원을 장악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은 현지 시설개선을 위한 투자엔 소홀하면서 수도료 인상에만 열을 올리고 있어 국제적 마찰을 빚고 있다.
금주 내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고 있는 지구촌 최대 환경회의인 지구정상회의는 오염된 식수로 살아가는 사람의 수를 2015년까지 절반으로 줄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가시적 성과를 낼지 의문이다. "물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은 두 개의 노벨상, 즉 평화상과 과학상을 받을 것"이라고 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언급이 새삼스럽다.
사람에게 하루에 필요한 물은 80리터라고 한다. 그런데 캘리포니아 주민은 생활용수로 하루에 500리터를 쓴다. 아프리카 케냐 주민의 평균 소비량 5리터의 100배에 해당된다. 특히 농업용수 요금은 가정용수의 10분의 1밖에 안 돼 그 사용량이 엄청나다. 쉽지 않을 일이지만, 물이 없어 고생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조금이라도 절약하는 것이 "세계화"니 "민주주의"니 하는 거창한 구호보다 지구촌 평화에 도움이 될 성싶다.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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