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클로스!”하면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발그스레 상기된 살집 좋은 얼굴에 인자한 미소, 곱슬곱슬 탐스러운 흰 수염에 빨간색 복장을 하고 커다란 선물보따리를 둘러맨 풍채좋은 서양 할아버지. 미국의 어린이들은 물론 한국의 어린이들도 크리스마스가 되면 그 서양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기대에 부푼다.
아무도 본 적이 없는 산타클로스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이렇게 분명한 모습을 가슴에 담고 있는 것일까. 그것이 코카콜라의 덕분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886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존 펨버튼 박사가 개발해낸 코카콜라는 세계 최대의 유통망을 가진 청량음료. 전 세계 200여개국에서 하루 평균 10억잔 이상이 팔린다. 다이어트 코크, 스프라이트, 판타 등을 합친 코카콜라사 제품의 소비량은 매초 11만6,000잔이라고 하니 엄청난 양이다.
그러나 코카콜라가 이렇게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데 애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겨울철이 문제였다. 덥고 목이 타는 계절에는 ‘맛있고 신선하다’는 광고가 먹혀 들어갔지만 살을 에는 추운 날씨에 청량음료를 팔기는 쉽지 않았다.
그때 도입된 아이디어가 산타클로스를 등장시킨 광고작전. 집집마다 선물을 나눠주느라 지친 산타클로스가 콜라를 한모금 마시며 피로를 푸는 모습,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고 답례로 콜라를 받아 마시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광고에 등장했다. 1931년 해든 선드블럼이란 화가가 친구를 모델 삼아 그려낸 산타클로스는 사실은 콜라를 팔기 위해 만들어진 가공의 이미지였다. 산타클로스의 복장이 빨강과 흰색을 주조로 하는 것은 그것이 코카콜라의 상징 색상이기 때문.
이후 70여년간 산타클로스와 콜라는 밥을 먹고 물을 마시듯 자연스런 우리 생활의 일부로 편입되었는데 최근 문제가 생겼다. 콜라를 물 보다 더 자주 마셔대는 미국인들의 허리둘레가 산타클로스를 닮아가기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10대들의 탄산음료 소비량은 여자아이들의 경우 두배, 남자아이들의 경우 3배로 늘었고 같은 기간 어린이·청소년 비만율은 두배로 늘었다. 비만이 위험한 것은 심혈관계 질환, 당뇨병, 천식등 고질적 질환의 발병가능성을 높이기 때문. 영양가 없고 열량만 많은 탄산음료 소비량과 비만의 상관관계는 여러 연구에서 드러난 상태이다.
LA통합교육구가 교내 탄산음료 판매를 전면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음료 판매수익과 음료회사들의 후원금이 연간 수백만달러 수준이고 보면 교육구로서는 상당한 희생을 각오하는 일이다. 부족한 예산 충당도 좋지만 잘못된 식습관으로 뚱보가 돼가는 아이들을 더 이상 두고 볼수가 없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권정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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