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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정희 편집위원>
2주전 주말 LA 인근의 한 미국 뷔페 식당에서 작은 ‘사건’이 있었다. 체인점인 이 식당은 가격이 저렴하고 음식이 푸짐해서 평소 한인들도 많이 찾는 식당. 한 한인 할머니도 가족들과 외식을 나와 음식 접시를 들고 긴 뷔페 대열에 동참했다.
사건은 로스트 비프와 햄 서빙 코너에서 발생했다. 영어를 모르는 할머니는 손가락으로 햄을 가리켜 한 조각을 받고, 다시 로스트 비프를 가리켰다. 그런데 고기 코너 담당 타인종 청년이 무슨 마음에서인지 기름덩어리를 썰어 할머니 접시에 담는 것이었다. 말이 안 통하는 할머니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난처한 표정으로 서 있는데 마침 뒤에 서있던 한인 남성이 그 광경을 목격했다.
“이게 무슨 짓인가. 이걸 드시라고 할머니에게 드린 것인가”라고 따지자 청년은 “그것도 누군가는 먹어야 하지 않느냐”며 딴전을 피웠다. 식당 종업원의 무례한 태도에 화가 난 그는 매니저를 불렀고, 그 과정에서 언성이 높아지면서 식당 안의 시선은 온통 한인 손님과 식당 종업원에게로 쏠렸다.
전후 사정을 들은 매니저는 백배 사죄를 하고 “사태를 적절히 처리한 후 결과를 알려 드리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리고 일주일쯤 지난 후 식당측은 “정말 미안하다”는 정중한 사과와 함께 앞으로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당 직원에게 경고를 했고, 부당한 대우를 받은 할머니에게는 경로우대카드를 발급했다는 사실을 알려왔다.
식당측이 평범한 한인 손님에게 이렇게 절절 매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객의 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 하려는 기본적 서비스 정신의 발로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 보다는 대형 식당 체인들이 겁내는 것이 있다. 인종차별을 걸고 넘어지는 소송사태이다. 몇해전 데니스가 흑인 고객 차별 소송으로 엄청난 금액을 보상했고, 멕시칸 패스트 푸드 식당인 델 타코는 직원채용시 라티노는 우대하고 흑인을 차별했다는 이유로 현재 민사소송이 걸려 있는 상태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직원 한사람의 사소한 행동이 ‘차별’의혹을 불러일으키고, 그 불평의 주인공이 소수계이면 일단 긴장하는 것이 요즘 식당등 미국 서비스업체들의 분위기이다. 무엇이든 꼬투리를 잡아서 소송에 맛들인 ‘썩은 사과들’도 없지 않고 보면 고객 앞에서는 우선 절절 매고 보는 것이 상책이라는 계산이다.
그런데 이런 흐름과 너무 동떨어져 불안한 곳이 있다. 바로 코리아 타운이다. 한인 식품점, 식당에 타인종 고객들이 점점 늘고, 자영업소 마다 타인종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으면서도 인종문제를 아직도 남의 일로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지금 주류사회에 부는 바람이 언제 어느때 한인사회로 넘어올지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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