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물
▶ 호연 김주상씨 ‘어제와 오늘’전
호연 김주상(69·사진)씨는 4군자를 배우기 시작한 30대 후반부터 칠순을 바라보는 현재까지 30여 년간의 동양화 외길 인생을 되돌아보는 작품전 ‘어제와 오늘전’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10월4일 맨하탄 32가 헐리데이 인 호텔에서 열리는 그의 4번째 개인전에는 서울과 뉴욕, 뉴저지에서 가졌던 개인전 출품작들과 근래에 완성한 작품들을 모아, 모두 60점이 전시된다. 대부분 꽃 그림들이다.
호연의 작품들은 유난히 밝은 색상이 돋보인다. 또한 아직도 고운 그의 얼굴만큼 청아한 느낌을 주면서도 적지 않은 세월의 부피를 느끼게 해준다. 그는 "사는 게 너무 힘들어 늘 밝게 그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어릴 적 그의 꿈은 화가가 되는 것이었다.
경기여고를 졸업 후 전쟁 통이라 미대 진학을 포기한 그는 한국 외국어대에서 불문학을 공부했다.1남 2녀를 키우는 주부로 시부모님을 모시면서도 그림에 대한 욕망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어느 날 서예가 취암 이제서 선생을 찾아간 것을 시작으로 대가들로부터 사군자. 산수화 등 동양화 개인지도를 받게 된다. 각고의 노력 끝에 84년 서울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그의 친조부는 서예가로 이름을 날렸던 성제 김태석 선생.
같은 해 그는 은퇴한 남편과 단 둘이 낯선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의 나이 쉰 한살이었다.미국에 와서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먹고살기 위해 뛰어다녀야 했던 고달픈 이민생활 때문에, 그리고 마음의 허전함을 달래려는 한인 중년 여성들에게 그림을 지도하느라 붓을 들 시간이 없었다.
15년 전쯤인가 봉사센터 경로회관에서 할머니들에게 그림을 지도한 것이 계기가 돼 지금 까지 손을 떼지 못하고 있다.
그에게서 동양화를 배우는 여성들의 모임인 ‘호연회’는 98년 맨하탄 화실에서 그룹 지도를 하면서 만들어졌다. 호연회 회원들은 그룹전이나 특강 등 행사 때마다 모여 친목을 다지고 있다.
요즘 전시회 준비로 정신없이 바쁜 그는 "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나이에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는 작업을 해야 겠다는 결심을 했다"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집착에서 벗어나 마음의 그림을 그리고 싶기까지 참 오랜 세월이 흘렀다"고 회고했다.
<김진혜 기자>
jh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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