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초 캘리포니아주에서 자살한 한 노인의 기사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지에 보도됐다.
코발 러셀이라는 이름의 이 남성은 올해 92세로 가주내 재소자중 최고령자였다.
지난 6월 26일 수감중이던 가주 버트 카운티의 감옥에서 가석방 명령이 내려졌을 때 러셀은 14개월간 머물던 감옥을 떠나기 거부했다.
그는 "세상에 나가는 것은 그 어떤 정신적·신체적 고문보다 더 심한 것"이라고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고백했다.
판사는 감옥에 머물겠다고 고집하던 러셀의 요청을 "감옥은 당신처럼 고령인 사람이 머물기에는 건강상 좋지 않은 곳"이라고 거부했다.
결국 감옥에서 쫓겨난 러셀은 모텔을 전전하다 1주일도 견디지 못한 채 테이블 마운틴 브리지라는 다리에서 강으로 몸을 던져 외로웠던 일생에 마침표를 찍었다.
■러셀의 죽음에 관한 짤막한 기사를 읽으며 미국인, 아니 현대인 모두가 겪고 있는 ‘군중 속의 고독’을 넘어선 절망을 읽었다.
오클라호마에서 출생한 러셀은 대공황 시절 LA로 이주했다. 그는 리커상과 건축업에 종사하며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
2001년 4월 세들어 살던 곳에서 "방을 지저분하게 쓴다"고 꾸짖던 70대 집주인을 칼로 찔러 상처를 입힌 혐의로 체포된 러셀이 수감될 때 검찰은 모두 걱정했다.
행여나 90대 노령의 러셀을 거친 재소자들이 해치지나 않을지 간수들은 주의깊게 그를 관찰했다.
그러나 의외의 일이 일어났다. 재소자들은 그를 아버지라 부르며 존중해줬다.
식사도 가장 먼저 하게 했고 그의 건강을 염려해 약을 구입해 먹도록 해줬다.
러셀은 그의 친구에게 쓴 편지에서 처음으로 가정과 가족의 사랑을 감옥에서 느꼈다고 감사했다.
평생을 독신으로 외롭게 지냈던 노인은 범죄자들로 둘러싸인 감옥에서 오히려 처음으로 따뜻한 가족애를 느꼈던 것이다.
이러니 왜 러셀이 출감을 거부한 이유를 아무도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자살 다음날 배달된 편지에서 러셀은 "출소후 겪는 나의 고통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러셀의 자살사건은 가정과 사회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사람에게 오래 산다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일 수 있는지 경고하고 있다.
사회보장제도로 은퇴 후 어느 정도 경제적 보조를 받을 수 있다지만 사랑의 ‘정신적 보조’는 어디에서 받을 수 있을 것인가?
’깨어진 가정’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수많은 미국인들이 겪는 비극을 이번 사건은 여실히 보여줬다.
새삼 우리의 가정과 노인들을 되돌아보게 만든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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