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자의 눈
▶ 김주찬 <취재부 차장대우>
월드컵경기 중 붉은 악마의 대형 태극기와 카드섹션 응원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애국가가 울려퍼질 때 관중석의 1, 2층을 뒤덮는 대형 태극기가 물결치듯 움직이는 모습과 카드섹션으로 보여준 ‘AGAIN 1966’이나 ‘PRIDE OF ASIA’ 같은 촌철살인의 한마디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예전같으면 ‘국가보안법’에 적용될 법한 북한의 8강 진출을 의미하는 ‘AGAIN 1996’이나 아시아를 대표한다는 자부심이 가득한 ‘PRIDE OF ASIA’라는 표현은 의미심장했다.
그중에서도 결승 진출을 놓고 독일과의 일전을 벌일 때 보여준 카드섹션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 ‘꿈★은 이루어진다.’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한국팀의 월드컵 4강 진출을 예상했을까. 한국이 세계적으로 이번만큼 주목을 받은 적이 있을까. (전쟁이나 기타 불미스러운 일을 제외하면) 그러나 역으로 생각해보면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꿈이 없었는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월드컵이 시작하기 전 ‘한국 축구가 16강에 오르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고 극언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상당했다. 오랜 세월동안 ‘한국사람들은 이래서 안돼’, ‘한인끼리 조심해라’, ‘내가 그럴 줄 알았어’ 등의 자조적이고 패배적인 인식속에 살아왔기 때문이다.
개인주의 사회인 미국에 살면서 한인들의 생활과 인식은 이런 쪽으로 더욱 강해진 면이 있다. 나만 잘살면 되고, 귀찮은 일 있으면 피하고, 한국에서 무슨 일이 터지면 ‘하여튼 한국사람들은 안돼’라고 말하기가 쉬웠다.
하루아침에 갑자기 모든 면이 긍정적으로 바뀔 수는 없겠지만 한번쯤 한인사회에 대한 바램을, 꿈을 갖고 싶어졌다. 월드컵의 한인사회 풍경을 취재하면서 아쉬웠던 순간이 한번 있었다. 플러싱 유니온스트릿 길거리를 가득 메운 뉴욕의 붉은 악마를 보지 못한 것이다.
LA에서는 농구 구장인 스테이플스체육관에 수만명의 한인 응원단이 모인 적이 있다. 비록 인구나 전반적인 경제력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만 뉴욕 한인사회가 힘을 모은다면 길거리 응원 정도는 가능하지 않았을까.
뉴욕 일대 한인이 40만이라고 하지만 제대로 힘을 과시하고 모인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다.앞으로 ‘코리안퍼레이드’나 ‘추석맞이대잔치’ 등 한인사회의 주요 행사가 있을 때면 우리도 길거리를 가득 메우고 뉴욕시 경찰들의 특별 에스코트를 받아가며, 화끈하게 했으면 좋겠다.
물론 그 준비와 진행도 매끄럽고 세련되게 불협화음없이 이뤄지고.
앞으론 그런 기대를 걸고 싶다. ‘그게 되겠냐’고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일단 꿈★이 있어야 이루어질 수도 있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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