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의 생활을 비디오 테잎에 담는다면 되감기 할 때처럼 어설프게 뛰어가면서도 무엇이 그리 바쁜지 이리저리 뛰는 것이 우스꽝스럽고 주마등처럼 빠르게 지나갈 것이다. 다람쥐 쳇 바퀴 돌 듯 똑같은 생활이지만 나에겐 날마다 새로운 전쟁의 나날이다.
남편은 직장에 늦지 않기 위해 아침마다 서두르고 나는 도시락싸느라 눈코뜰새 없이 부엌에서 움직인다. 다행히 아이들이 다 커서 나의 손길은 예전처럼 가지 않지만 조금 더 자려는 아들아이를 깨우고 하루를 준비시키는 잔소리는 여전하다. 대충 집안을 정리하고 화장을 하는 둥 마는 둥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 집을 나선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는 더욱 빨리빨리를 고함치는 전쟁이었다. 밖에서 일하는 시간이 집에 있는 시간보다 많다보니 짧은 시간을 쪼개어 집안살림과 아이들 돌보랴 교회일하랴 하루가 25시간이라도 모자랄 정도였다.
앞만보고 숨가쁘게 달려온 세월을 뒤돌아보면 때로는 빨간 신호등에 정지된 순간도 있었고 팽팽히 긴장된 순간도 있었지만 다행히 아이들은 건강하고 반듯하게 잘 자라주었다. 딸아이를 재작년에 대학 근처로 이사보내고 금년에는 아들아이를 떠나보낼 차례다. 처음 딸아이가 나가겠다고 했을 때는 섭섭하고 허전했지만 집을 나가 생활한 이후 꽤 성숙해 진 것 같다. 부모와 동생을 배려하는 마음이 예전과 같지 않음을 느낀다. 남편도 뒤늦게 대학원에 진학하여 퇴근후에 공부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제 나는 조급하지 않고 여유있게 차근차근 삶의 걸음을 옮기려고 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날이 결코 많이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나에겐 고독이 필요하다. 고독은 단지 외로움을 의미하지 않는다. 앞으로 남은 나의 생에 대한 심각하고 진실한 물음에 대해 생각하고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 위함이다.
리차드 포스터는 고독은 새로운 힘과 활력을 가지고 삶의 수많은 경쟁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건전지를 재충전하는 방법이라했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고독이 우리에게 극심한 생존경쟁에서 이길 힘이 아니라 생존경쟁 자체를 무시할 수 있는 힘을 준다고 했다. 우리의 분주하고 거짓된 자아가 가면을 벗게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염두에 두지 않을 때 마음 속에 생기는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