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연경·효경자매 아버지 우광국씨 법정서 오열
지난해 여름 두 딸이 하루아침에 무참히 살해당하는 청천벽력같은 비극을 접한 후 주체할 수 없는 슬픔과 고통의 나날을 보내온 우연경, 효경 자매의 부모 우광국씨와 최정순씨 부부는 거의 1년만에 미국을 다시 찾았다.
딸들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살인범에게 형벌이 내려지는 선고공판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하루도 딸들이 생각나지 않은 날이 없었다는 우씨부부는 사건이 일어난 후 얼마되지 않아 범인이 잡혔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을 때는 미국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형벌, 즉 사형이 선고돼 처형되길 바랬다고 한다.
공부밖에는 몰랐던 착하고 성실한 자식들을 별다른 이유없이 처참히 살해한 살인마를 용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형법 시스템은 아무리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도 사형을 선고하는데는 여러가지 복잡한 절차와 긴 시간, 그리고 불확실성까지 내포돼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마음을 비웠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지난 6월28일 범인에 대한 최종 선고공판에 참석하게 됐다.
평소 고혈압을 앓아 온 것으로 알려진 최정순씨는 이날 법정에서 슬픔과 충격이 누적된 나머지 갑자기 호흡곤란을 일으키며 실신직전까지 가는 바람에 구급요원으로부터 응급처지까지 받아 방청객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는 몸과 마음 모두 그만큼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숨진 딸들의 아버지이자 최씨의 남편인 우광국씨는 이날 법정에서 “내 아내는 딸들의 죽음으로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 나는 내 아내까지 잃을 까 두렵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우연경씨의 남편 이종혁씨와 효경씨의 남편인 형태준씨 등 2명의 사위를 포함해 공판에 참석한 유가족들은 3시간에 걸친 심리끝에 범인 잔 인에게 가석방없는 종신형과 42년 추가 징역형이 선고되는 순간을 지켜본 후 조용히 법정을 빠져 나갔다. 유가족들은 범인은 죄값으로 평생을 감옥에서 사는 고통을 당하겠지만 어떤 경우에도 죽은 사람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며 비통해 하면서도 그러나 다른 한인들에게는 이같은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는 아름다운 마음씨를 보였다.
이해원기자 dhlee5@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