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반까지만 해도 손에 땀을 쥐는 숨막히는 드라마였다. 브라이스 멀더, 잔 롤린스, 제프 스포사, 데이빗 탐스, 크리스 드마코, 댄 포스만, 오글비, 하트, 잔 쿡 등은 순서를 바꿔가며 최경주의 선두자리를 위협했으나 그 누구도 ‘필드의 탱크’ 최경주의 바위같은 평상심을 흔들 수 없었다. 최경주는 파도처럼 밀려오는 도전자들의 예기에 정면으로 맞서 하나하나 응수해나갔고 도전자들이 탄약이 떨어진 막판에는 신기의 샷을 잇달아 뿜어내며 승부를 ‘노-컨테스트’로 만들어 버렸다. 탱크 같은 저력이 유감 없이 나타난 완승보였다.
3라운드까지 12언더파를 친 최경주는 마지막날 플레잉 파트너인 롤린스와 멀더에 1타 앞선 채 출발했다. 멀더는 4번홀 버디로 최경주와 공동선두로 나섰으나 최경주는 잠시 후 같은 홀에서 첫 버디로 응수, 13언더파로 내려가 다시 1타 리드를 되찾았다. 8번홀까지 버디만 5개를 낚는 신들린 스타트를 끊은 스포사가 13언더파로 최경주와 타이를 이뤘으나 최경주는 곧 7번홀에서 5피트 버디펏을 성공시켜 -14로 내려가며 ‘나 홀로 리드’를 되찾았고 멀더는 8번홀에서 버디를 낚아 다시 -13으로 스포사와 함께 1타차 공동 2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경기가 종반으로 접어들며 추격자들의 발걸음은 무거워진 반면 최경주의 스탭에는 더욱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우선 멀더는 10번홀에서 어이없는 4펏 트리플 보기로 자멸, 한순간에 우승권에서 탈락했다. 피닉스오픈 챔피언 드마코가 한때 1타차까지 육박했으나 그도 곧 스러졌고 디펜딩 챔피언이자 PGA 챔피언십 우승자인 탐스도 한때 2타차까지 따라온 이후 뒷걸음질만 했다. 반면 최경주는 파5 11번홀에서 25피트 버디펏을 성공시켜 -15로 내려가며 리드를 2타로 벌렸다. 오글비와 하트, 포스만 등이 2타차 간격을 유지하며 최경주의 실족을 기다렸으나 이날 최경주는 마치 타이거 우즈처럼 실족은커녕 오히려 리드를 벌려나갔다. 13번홀에서 그림같은 어프로치샷을 앞세워 3피트 버디로 -16으로 내려간 뒤 16번홀에서 이날의 하이라이트인 환상의 세컨샷으로 이글성 버디를 보태 리드는 4타가 됐고 잠시후 17번홀에서 또 다시 그림같은 칩샷 버디가 터져 나와 리드가 5타차로 벌어지자 TV 중계 해설자의 입에선 ‘Unbelievable!’이란 말이 튀어나왔다. 18번홀에서의 보기는 그야말로 ‘옥의 티’외엔 아무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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