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돈을 더 많이 벌어오기 때문에 나는 집에서 애들을 보고 있다” 30대 후반의 한 남자는 어린 자녀들을 누군가는 돌봐야 하고, 그렇다고 베이비시터에게 맡기기도 찜찜해 부부 중 한 사람이 집에 남기로 1단계 결정을 내렸다. 건축가 남편과 변호사 아내는 “그럼 누가?”라는 2단계 질문에서 고민하다 아내가 일터로 나가고 남편이 집을 지키기로 했다.
아이들을 부모 손으로 키우겠다는 대원칙을 고수하면서 동시에 재정적으로 안정되게 집안을 꾸려나가기 위한 선택이었다. 남자가 출근하고 여자가 집안 일을 도맡는 전통적인 개념의 가정과는 정반대지만, 이들 부부는 “어려운 결정은 아니었다. 우리는 아이들을 항시 곁에서 돌보길 원했다”며 별 탈 없다고 한다.
30대 중반의 남자도 집에서 2세, 4세의 남매를 본다. “아내가 비교적 괜찮은 직장을 갖고 있고 나는 저녁에 대학에 다니고 있어 풀타임으로 일할 수 없는 여건이라 내가 가사를 처리하고 있다” 이 남자는 아침식사 준비에서부터 청소와 빨래하기, 아이들과 놀아주기는 물론 아내가 퇴근하기 전에 저녁식사를 완비해 놓은 뒤 대학에 간다고 한다. 고되지만 아내의 커리어와 가계를 고려해 이런 생활 패턴을 당분간 지속할 생각이란다.
여자의 사회참여가 활발해지면서 ‘집 지킴이’의 길을 걷고 있는 남자들이 적지 않은 현실이다. 그런데 전통을 역류하는 것처럼 비쳐져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간혹 있다는 이들에게 또 하나의 부담거리가 등장했다. 지난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 심장협회 세미나에서 발표된 논문이 바로 그것이다. 유행병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년시절의 대부분을 집 지키는 데 보낸 아버지는 집 밖에서 일을 하는 아버지보다 심장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82%나 높다는 것이다.
명확한 원인이 제시되진 않았지만, 남자는 밖에 나가 일을 하고 돈을 벌어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스테레오 타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온 많은 남자들이 가정주부 역할을 하자니, 심장을 해치는 스트레스가 쌓여 그럴 수 있다는 해석이 곁들여졌다. “커서 집이나 보는 남자가 되길 원하는 소년은 없지만 가정을 꾸려가면서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고, 특히 아내의 여자 친구들이 집에 들이닥칠 때면 스트레스 수치가 더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떳떳하고 현명한 선택이었다 해도 명함 대신 유모차와 기저귀 가방을 갖고 다니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게다. 자기도 모르게 남의 눈을 의식할 수 있고, 그만큼 스트레스 레벨이 높아진다. 대안이 없다면 스트레스 조절방법을 찾는 게 최선이다. ‘집 지킴이’ 아버지들끼리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애로사항을 나누면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풀리지 않을까.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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