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이야기 저런이야기
▶ <옥세철 논설실장>
“가족중 한 사람이 흑인과 결혼한다면 이를 환영하겠는가?”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뭐라고 말하기가 몹시 힘들다고? 그러면 대답을 일단 유보하자.
20세기 초, 그러니까 100년 전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이 부커 워싱턴이라는 사람을 백악관 만찬에 초청했다. 곧 엄청난 뉴스가 됐다. 부커 워싱턴이 흑인이었기 때문이다.
“20세기의 문제는 인종문제가 될 것이다.” 1900년대 한 흑인 사회운동가가 한 예언이다. 이 예언은 적중했다. 20세기의 미국사는 어느 한 면으로 보면 흑인들의 민권 투쟁사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흑인 남자가 백인 여성과 로맨스를 가졌다고 하자. 1900년대의 상황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 흑인 남자가 백인 여성을 사랑했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가. 그 결과는 죽음이기 일쑤였다. 1960년대까지도 남부지역에서는 그랬다.
한 열네살난 흑인 소년이 백인 여성을 보고 휘파람을 불었다. 단지 그 이유로 그 아이는 백인들에게 맞아죽었다. 미시시피의 한 마을에서 1960년대에 실제 일어났던 일이다.
백인들이 흑인 남자에게 가하는 린치의 3분의1이 바로 이런 이유였다는 게 역사학자들의 설명이다. 그리고 흑-백 커플은 오늘날 동성연애 커플만큼 기이한 존재였다는 것이다.
오늘날은 어떨까. 흑인 남자와 백인 여성이 데이트를 한다. 이 광경은 적어도 젊은 미국인들에게는 마치 도요타 캠리가 지나가는 정도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들도 이를 뒤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카이저 재단과 하버드 대학이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그렇다.
우선 흑인들의 경우를 보자. 86%의 흑인은 가족의 일원이 백인과 결혼했을 때 이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히스패닉이나 아시아계와의 결혼도 물론 OK다.
백인의 경우는 55%가 흑인과의 결혼에 아무 문제없다는 반응이다. 35%는 환영은 아니지만 결혼한 이상 가족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다. 결코 안 된다는 9%. 히스패닉이나 아시아계와의 결혼에는 반대가 더 적게 나타났다.
나이가 젊을수록 인종간의 결혼에 대해서 ‘그게 뭐 어떠냐’는 식의 반응이다. 그만큼 벽이 없다는 뜻이다.
다시 한번 질문을 해보자. “가족의 일원이 흑인과 결혼을 한다면 환영하겠는가?” 4.29 인종폭동 10주년을 맞아 던져보고 싶은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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