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 말기 사람 정지윤(鄭芝潤)은 당대 명사들과 교유하면서 허위와 부정을 풍자한 일화로 유명하다.
그가 하루는 세도대감의 초청을 받아 대문을 들어섰다. 사람들이 난리였다. 어린애가 동전을 삼켰는데 창자에 동전이 붙으면 죽는다느니 야단법석이었다. 물끄러미 보고만 있던 정지윤이 한마디 했다.
"걱정할 것 없어. 아랫배만 슬슬 쓰다듬어주면 그만이야. 대감님네들은 남의 돈 몇 만냥을 삼키고도 배만 쓸고 있으면 아무 일 없는데 제돈 한닢 삼키고 무슨 탈이 나겠는가."
또 이런 이야기도 전해진다. 한 세도대감 집에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게 뭘까 하는 토론이 벌어졌다. 누구는 호랑이라고 하고 누구는 도둑이라고 했다. 한 사람은 ‘양반네 호령 한마디면 호랑이도 잡고 도둑도 잡으니 양반’이라고 했다.
잠자코 있던 정지윤이 한마디 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호랑이를 탄 양반도둑이지요. 호랑이를 타고(권력을 빙자해) 온갖 도둑질을 자행해 백성의 고혈을 빠니 이보다 무서운게 어디 있겠소."
동물의 행태는 두 가지로 구분된다고 한다. 본능과 학습으로 얻어진 행태다. 하등동물은 거의 100% 본능에 의지한다. 고등동물일수록 본능 보다는 학습이 필요하다.
사자는 맹수로서의 본능을 타고 나지만 오랜 학습을 통해 사냥기술을 터득해 살아간다. 원숭이의 세계에서는 더 고도의 학습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만큼 원숭이 사회는 복잡하기 때문이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최고 권력자와 얼마만큼 가까운 관계인가가 원숭이 사회의 위계질서 확립에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원숭이 사회에서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보다 ‘누구와 가까운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동물의 학습은 그러나 한계가 있다. 수만년을 두고 판에 박은 듯한 행태만 되풀이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동물에게 ‘창조적 발상’ 따위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3홍’으로 한국이 온통 난리다. DJ의 세 아들의 권력부패 의혹이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고 있어서다. 말하자면 수만냥씩 꿀꺽하다가 그예 탈이 난 꼴이다.
난마와 같이 얽힌 듯한 판세다. 판독이 몹시 어려워 보인다. 그렇지만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동물행태적 접근법에서 보면 그림이 이해될 것 같아서다.
’현철비리’로 온통 난리를 쳤던 게 엊그제다. 그런데 ‘3홍’의 행보나 펼쳐지는 수순이 너무나 흡사해서 하는 말이다. 5년만에 똑같이 펼쳐지는 권력부패의 시나리오. 이건 원숭이 세계 수준에도 채 못미치는 게 아닐까. <옥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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