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년 후 다 없어질 정도로 빨리 녹는데 이유 몰라
드넓은 북극의 얼음지대가 녹기 시작하면서 에스키모들의 생계도 크게 위협받고 있다. 러시아, 알래스카, 캐나다와 그린랜드의 얼음이 녹아 내리고 있다는 불길한 징후가 도처에 나타나고 있지만 원주민들은 물론 과학자들도 그 정확한 원인을 알지 못해 당황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이전에는 드문 현상이었던 천둥과 번개가 이젠 일상처럼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분 나쁘게도 남쪽에서는 따스한 바람이 자꾸만 불어온다. 예전에는 하늘을 읽을 수 있다고 자부해온 에스키모 사냥꾼들도 더 이상 폭설 따위를 예측할 수 없다. 한 사냥꾼은 "지구가 더 빨리 돌아간다"고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최근엔 수천 마리나 되는 죽은 바다새들이 파도에 씻겨 해안에 올라오는 경우가 늘고 있고 기형 물개새끼들도 낯익은 풍경이 되었다. 고래들은 병들고 영양실조에 걸린 듯 보이고, 에스키모들의 주식인 바다코끼리도 툰드라 토끼와 마찬가지로 점점 더 귀해지고 있다.
수천 년에 걸친 에스키모의 역사와 전설은 문자로 기록되지 않고 이야기를 통해 다음 세대에 전달되어 왔는데 오랫동안 마치 예언처럼 구전되어온 이야기가 있다. 여름이 오기 전에 바다를 두껍게 덮고 있는 얼음에 금이 가면 곧 마을 전체가 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런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피식 웃기만 할 뿐 전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1년 내내 땅이 얼어있는 북극에서 이같은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베링해협의 바다 얼음은 사냥한 고래들을 가득 실은 썰매를 끌고 지나가도 끄덕 없을 만큼 두껍다. 이곳 학교 교사인 조야 텔피나조차 얼음이 없는 겨울 바다는 "동화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처럼 여겨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난 겨울, 텔피나는 부엌 창문을 통해 베링해 쪽을 바라보다가 38년 평생 한번도 보지 못했던 광경을 목격했다. 바로 넘실대는 바다였다. 항상 얼음이었던 곳에 물이 생긴 것이다. 개썰매 여행 가이드인 텔피나의 남편 미하일(38)은 툰드라에 버섯이 줄어들어 순록 떼가 굶는 것을 보았다. 연어의 배를 갈랐을 때 이상한 벌레들이 들어있는 것을 봤는가 하면 한 번도 나무를 본 적이 없는 지역에 버드나무가 솟아 올라오는 것도 보았다.
이처럼 북극의 주민들이 목격하고 보고한 내용들은 첨단 컴퓨터와 위성 사진, 그리고 러시아 잠수함이 측정한 얼음 분포와 맞아떨어진다. 이에 따르면 지난 100년 동안 북극의 날씨는 화씨 10도 정도 기온이 올라갔다. 이는 지구 전체의 온도 상승률의 10배나 되는 수치다. 얼음이 덮인 북극해의 면적은 20년 전에 비해 15% 줄어들었고 얼음의 두께 역시 평균 10피트에서 6피트 미만으로 감소했다.
쇄빙선에서 1년을 보낸 한 과학자 집단은 바다 포유류와 그것을 사냥해 먹고사는 사람들을 지탱해주는 만년빙이 50년 후에는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미 북극에 얼음이 없어질 경우에 대비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 미 해군은 얼음으로 막혀있던 북서 이동로를 바다의 공격으로부터 어떻게 방어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연구하고 있다.
얼음이 가져오는 안전성 효과가 없어지면 북극은 온난화에 매우 예민해지게 된다. 불과 몇 도의 온난화도 얼음이냐, 물이냐 혹은 동토냐 진흙탕이냐의 큰 차이를 가져오고 이는 또한 이 외딴 대지의 주민들에게는 배고픔, 심지어 기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빠른 해빙의 원인을 알아내는 일은 전문가들에게도 힘든 작업이 되고 있다. 북극에서 장기간 진행된 기후 관찰 기록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북극 끄트머리에 세워진 기상대는 이제 겨우 50년이 되었다. 그리고 알래스카에서 불과 55마일 떨어진 러시아령 추코츠카 반도에는 그런 자료조차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서구의 과학자들은 필요한 정보를 찾기 위해 한때 하찮은 것으로 여겼던 자료들에 눈을 돌리고 있다. 바로 원주민 노인들의 기억이다. 과학과 민간 전승의 결합이라는 매우 드문 방식을 통해 과학자들은 사냥꾼들이 수집한 동물들의 가죽을 세고 마을의 집단적인 지식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알래스카의 과학 컨설턴트인 헨리 헌팅턴은 "우리에겐 사냥 대상 동물들과 자신들이 밟고 지나가는 바다 얼음을 매우 가깝게 관찰해온 사람들이 있다"면서 "그들은 과학보다 훨씬 정확하고 뛰어나다"고 말한다. 눈이 더 많이 내린 겨울이라던가 추웠던 여름 등 원주민들의 관찰은 처음엔 온난화와 배치되는 현상처럼 보였지만 지금은 과학자들의 모델과 맞아떨어지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과학자들이 북극의 변화방향에 대해 논쟁을 거듭하고 있는 동안 시베리아 에스키모들의 운명은 늦봄을 맞은 북극의 빙하만큼이나 불확실하다. 사냥꾼들은 자신들이 목격한 변화들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지만 그 기후변화를 걱정하는 일에 허비할 시간이 없다. 봄철 사냥을 위해 탄약도 모아야 하고 고래고기도 많이 비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을 오늘도 얇아져서 깨질지도 모르는 얼음 위에서 고래를 잡는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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