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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경훈 편집위원>
아버지 부시가 1988년 선거에서 이기자 아들 부시는 아버지 보좌관에게 미국 대통령의 아들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케 한 일이 있다. 44 페이지에 달하는 "모든 대통령의 자녀"(All the Presidents’ Children)란 이 보고서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대통령 자식 중에 잘 된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인 반면 잘못된 경우는 부지기수로 많았기 때문이었다.
미 사상 처음 부자가 대통령을 한 애덤스 일가를 보자. 아버지 존 애덤스도 대통령, 아들 존 퀸시 애덤스도 대통령을 했으니 얼핏 생각하면 성공한 가문인 것 같다. 그러나 존의 나머지 두 아들은 알콜 중독에 빠져 폐인으로 일생을 보냈으며 존 퀸시의 아들도 자살로 생을 마쳤다. 이 보고서 내용에 놀란 아들 부시는 보고서 카피를 모두 폐기 처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국이래 미 대통령의 자녀들 면면을 살펴보면 아버지를 능가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고 망신이나 안 시켰으면 다행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 최대 명문으로 꼽히던 케네디 가도 대통령 아들 세대에 와서는 약물 중독과 자살, 성추행 등 추문으로 얼룩져 있으며 플레이보이 모델로 나온 레이건 딸, 얼마 전 아버지 유산을 놓고 법정 소송을 벌인 닉슨 딸 자매, 나이를 속여 술을 사려다 적발된 현 부시의 딸 등등도 마찬가지다.
하긴 대통령의 아들이 별 볼 일 없는 것은 미국만은 아니다. 한국도 더하면 더 했지 결코 덜 하지 않다. 마약에 찌든 박지만에서부터 돈 세탁 혐의로 미 검찰에 기소된 노소영, 아버지가 현직에 있는 동안 철창 신세를 진 김현철, 그리고 지금 말썽이 되고 있는 김대중 대통령의 세 아들 등등 한심하기 짝이 없다. 어디 대통령 아들뿐이겠는가. 재벌이나 유명 인사 자녀 치고 제대로 된 인물은 찾아보기 힘들다.
어째서 일까. 권력과 돈 주위에는 아부하려는 사람이 몰리기 마련이다. 아버지 눈에 들기 위해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굽신거리면 웬만한 인간은 자기가 잘 나서인 줄 알고 우쭐하게 마련이다. 스포일 될 수밖에 없다. 백에 하나 여기 넘어가지 않고 독립하려는 자녀에게는 ‘위대한 아버지’라는 벽이 가로막고 있다. 일거수 일투족이 아버지와 비교되면서 조금만 잘못하면 ‘아버지는 이랬는데 너는 이게 뭐냐’는 질책이 들어온다. 역시 보통 사람 은 견디기 힘들다.
이런 유혹과 부담을 이기고 자기 나름대로의 업적을 쌓는다는 것은 범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런데 대다수 대통령의 자녀는 범인이라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 "내 덕에 너는 도둑 걱정 할 필요가 없다"는 거지 아버지 말 맞다나 너무 위대한 아버지를 두지 않는 것도 인생의 큰복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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