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안 통하는 답답함, 소수민족으로 사는 소외감, 언뜻언뜻 눈에 띄는 인종차별… 이민 1세로 미국에 살다 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누구나 느끼는 바이다.
그 모두가 뭉뚱그려져서 늘 타향살이하는 나그네 같은 기분이다가도 이따금씩 "그래도 역시 미국이다"며 미국 사는 걸 고마워 할 때가 있는 데 그 한 예가 자녀교육 이야기가 나올 때이다.
몇 년전 역이민했다가 연초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 K교수 가정이 산증인. 한국의 대학으로 초빙돼 미국생활을 정리했던 K교수는 ‘미국으로 되돌아오고 싶어질까 봐’ 영주권까지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갔었다.
귀국 당시 가장 걱정이었던 것은 중학생이던 아들의 학교 적응문제. 그러나 아들이 그런 대로 잘 적응해 마음을 놓으려는데 엉뚱하게도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에게 문제가 생겼다. 딸이 ‘일자 무식’이어서 학교 수업을 따라가지를 못하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이면 국어든 산수든 학교에 가서 배운다는 게 우리 상식 아닙니까? 한국은 그게 아니었어요. 어린아이들이 과외다, 학원이다 하며 과목마다 미리 다 배우고 들어가서 교사들은 그 아이들 수준에 맞춰 수업을 진행하는 겁니다"
겨우 초등학교 1학년생을 이 과외, 저 과외 끌고 다니기도 마음에 내키지 않고 해서 생각다 못해 선택한 것이 미국인 학교였다. 딸은 미국인 학교에서 잘 적응하며 즐겁게 학교생활을 했다.
그러다 진짜 심각한 문제가 생긴 것은 아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였다. 아침 7시에 시작해 밤 10까지 학교 수업을 받고, 그 다음 다시 과외수업 갔다가 집에 돌아오면 새벽 1시반. 아들 얼굴 보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K교수의 아내는 처음 책을 읽으며 아들을 기다리다가 졸음이 와서 나중에는 뜨개질로 바꾸었다. 그렇게 매일 밤 식구들 옷을 돌아가며 뜨다보니 나중에는 더 이상 뜰 것이 없더라고 한다.
그런데 아들이 그런 생활을 못 견뎌하며 우울증에까지 걸리자 과외를 중단했고, 그러다 보니 한국에서는 대학 가기가 너무 힘들어 영주권도 없이 다시 미국행을 결심했다는 것이다.
한국의 사교육 풍토는 비정상의 수준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교육열 유별나다는 강남의 경우 초등학교 입학생들이 유명 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따로 또 과외를 받는다니 상상이 안 간다.
그렇게 초중고교를 거쳐 대학교에 입학하면 그 다음에는 취직을 위해 또 학원들을 다닌다니 ‘요람에서 무덤까지 과외 인생’이다. 자녀들 얼굴을 매일 볼 수 있는 것, 사교육비 부담이 없지는 않지만 ‘상식적 수준’이라는 것, 그것만해도 "역시 미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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