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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경훈 편집위원>
오페라의 탄생지는 이탈리아 만추아다. 1607년 몬테베르디가 이곳에서 초연한 ‘오르페오’가 오페라의 효시로 인정받고 있다.
오르페오는 피리를 불면 동물들까지 들으러 왔다는 전설적인 연주가다. 목숨보다 사랑하던 아내 유리디체가 죽자 그녀를 되찾기 위해 지옥으로 내려간다. 그의 정성에 감동한 그리스 신화의 염라대왕 하데스는 지상에 나갈 때까지 유리디체의 얼굴을 봐서는 안 된다는 조건으로 유리디체를 풀어주지만 지상의 문턱을 밟기 직전 이를 어기고 뒤를 돌아보는 바람에 오르페오는 유리디체를 영원히 잃게 된다는 것이 줄거리다.
오페라의 첫 작품이 사랑과 죽음을 주제로 한 오르페오에 관해 쓰여졌다는 것은 상징적이다. 따지고 보면 모든 오페라는 ‘죽음과 사랑’의 노래다. 이는 위대한 문학에 공통되는 주제이기도 하다. 인간의 가장 큰 관심사를 아름다운 선율에 부쳐 노래하는 오페라가 태어난 지 4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온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화려한 무대 장식과 매혹적인 아리아,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화음이 곁들여진 최고의 종합 예술인 오페라는 어떤 음악 장르보다 중독성이 강하다. 바이로이트의 바그너 페스티벌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음악팬이 몰려들고 비행기 티켓까지 사들고 유명 오페라단 구경을 다니는 극성 팬이 하나둘이 아니다.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하나를 탄생시켰다는 것만으로도 서양 문명은 존재할 가치가 있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한 때 귀족과 특권층의 전유물이었던 오페라는 이제 전통적 클래식 팬인 노년층은 물론 20~30대의 젊은 중산층에게까지 폭넓은 인기를 끌고 있다. 공연장에 가보면 한인 관중들의 숫자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오페라 팬의 저변 확대와 함께 오페라 구경하기도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이번 주말까지 LA 뮤직센터에서 공연되는 모차르트의 대작 ‘마술 피리’ 표가 완전 매진됐다는 소식이다. 조수미의 스타 파워 탓도 있겠지만 요즘 웬만큼 인기 있는 오페라는 미리 사지 않고 갔다가는 허탕 치기가 일쑤다.
10여 년 전까지 미 대도시 중 유일하게 오페라 단이 없어 ‘문화적 불모지’라는 조롱을 받던 LA는 1986년 LA 오페라가 창단되면서 오페라 공연 주무대의 하나로 발돋움하고 있다. 조수미의 ‘마술 피리’를 보기는 이미 늦었지만 다음달에는 홍혜경의 ‘튜란도트’가 기다리고 있다. 월드컵 주제가로도 쓰여졌던 ‘네순 도르마’가 나오는 푸치니의 대작을 감상하는 것보다 더 훌륭히 봄밤을 보내는 방법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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