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봄에 가슴에서 찬바람이 이는 사람들이 있다.
학사연도 후반으로 접어드는 4월이면 고등학교·대학교 졸업반 학생들의 마음은 이미 저만치 교정 밖을 날기 시작한다. 정해진 과정을 다 마친 홀가분함과 인생의 새로운 장에 대한 기대로 한껏 부푸는 시기이다.
그런데 그 새 장이 뜻대로 마련되지 않아 잔뜩 상심한 졸업 예정자들, 그런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들의 가슴에는 지금 찬바람이 인다.
“아이가 잠을 못 자더군요. 겉으로 말은 안하지만 많이 실망한 눈치예요”
12학년생 아들을 “아마도 시티 칼리지에 보내야 할 것 같다”는 한 엄마의 말이다.
초중고교를 입시 경험없이 들어간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대학 입학은 생애 처음 맞는 냉혹한 통과의 문이다. “너는 들어오지 못한다”는 차가운 거부의 손짓을 몇번 당하고 나면 인생의 패배자가 된듯한 쓰라림이 오래도록 가슴에 상처로 남는다.
대학 졸업생·졸업 예정자들을 춥게 만드는 것은 얼어붙은 취업시장이다. 지난해 연초부터 몰아친 경기 한파로 신규채용의 문이 닫혀버리면서 지난해 졸업생들, 올해 졸업반 학생들의 낙심이 크다. 지난해 UC 계열대학 졸업생이 전하는 말이다.
“친구들을 보면 정식 직장을 가진 사람은 별로 없어요. 취직이 안되니까 대부분 대학원에 갈 준비를 하고 있지요. 덕분에 대학원 입학 경쟁만 치열해졌어요”
그는 1년여전 대기업 공채에 합격, 상대적으로 취업 스트레스를 덜 겪은 편이다. 그러나 회사측이 경기침체를 이유로 신입사원 근무 시작 일정을 계속 뒤로 미룸에 따라 ‘허공을 딛은 듯 불안한 상태’가 되었다.
이들 상심한 자녀 앞에서 부모가 취해야할 태도는 어떤 것일까. 당사자들 못지 않게 초조하고 걱정되는 것이 보통 부모들의 심정이다. 그런데 아들이 원하는 대학에 못들어가 잔뜩 풀이 죽었다는 한 주부는 인상적인 말을 했다.
“실패해보는 경험은 아이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노력하지 않으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 지를 이제 아이가 알게 되었으니까요. ‘인생을 길게 보자. 목표만 분명하다면 조금 돌아간들 어떻겠느냐’고 아들을 위로하고 있어요”
자녀를 키우는 일은 나무를 기르는 일에 자주 비교가 된다. 때 맞춰 물주고 비료 주며 보살펴주어야 나무도, 자녀도 잘 자라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보살핌’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나무가 자연의 일부로 겪어내야할 찬바람도, 가뭄도 가능한한 막으려 드는 것이 요즘 부모들의 문제인 것도 사실이다.
동네에서 ‘나무 박사’로 불리던 의사가 있었다. 이 의사는 10에이커에 달하는 집 뜰을 숲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틈만 나면 나무를 심었다. 그에게는 독특한 나무 재배법이 있었는데 절대로 나무에 물을 주지 않는 것이었다.
“나무에 물을 주면 뿌리가 얕게 뻗어서 허약한 나무가 된다. 물을 안주면 뿌리가 물을 찾아 깊게 땅 속으로 파고 들어가 튼튼한 나무가 된다”는 그의 주장은 수십년 지나는 동안 그의 정원이 울창한 숲으로 바뀌면서 사실로 증명이 되었다고 한다. ‘영혼을 위한 치킨 수프’에 소개된 이야기이다.
그 의사의 이론은 캘리포니아에서는 쉽게 확인이 된다. 남가주 팜스프링스 인근 사막지대에 가면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식물이 있다. 나이가 1만1,700살이 넘는 별로 크지 않은 관목이다. 인근 사막지대에는 보통 1만살이 넘는 ‘할아버지 나무들’이 모여 서있는데 그들을 이렇게 오래 살도록 단련시킨 것은 가혹한 생존조건이었다.
일년 내내 비 구경하기 어려운 사막에서 이들 관목은 2년동안 비 한방울 없이도 견딘다. 비결은 뿌리를 지하수에 닿을 만큼 길게 길게 늘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키가 3m에 불과한 나무의 뿌리가 10여m에 달한다고 한다.
대학에 떨어져서, 취직이 안돼서 상심한 자녀 옆에서 의연한 것도 부모의 사랑이다. “넘어짐으로써 안전하게 걷는 법을 배운다”거나 “항상 햇빛만 나면 사막이 된다. 가끔 비도 와야 한다”는 세계 각국의 격언·속담은 부모들이 먼저 되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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