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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경훈 편집위원>
세계 각 국마다 법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지만 어디를 가도 불변인 진리가 있다. 사람 죽이는 것을 용인하는 사회는 단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살해된 사람이 갓난아이냐 불치병에 걸린 환자냐는 살인죄 구성요건과는 상관이 없다. 암에 걸려 당장 내일 죽을 것이 분명한 사람을 죽이는 것도 앞 길이 창창한 20대 청년을 죽이는 것과 똑같은 벌을 받는다.
그러나 태어나기 직전 자궁에 있는 태아를 죽이는 것은 어떨까. 그것만은 예외다. 1973년 연방 대법원이 로우 대 웨이드 판결로 낙태를 합법화한 이래 미국에서 낙태는 태아의 성숙도와 관계없이 허용된다. 출산 직전 태아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에 따라 공화당 주도하의 의회가 이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낙태권 옹호자들의 지지를 받는 클린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 무산됐다.
미국에서 낙태는 선거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슈며 보수파와 진보파를 가르는 리트머스 테스트로 사용되기도 한다. 생명이 관계된 탓으로 이를 지지하는 자와 반대하는 자 사이에 한 치의 양보도 없다. 지지자들은 낙태권은 여성들이 오랜 투쟁을 통해 얻은 소중한 권리며 이를 제한하는 것은 여성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반대자들은 태아도 산모에 체내에 존재하고 있을 뿐 엄연히 생명이 있는 인간인데 이를 죽도록 허용하는 것은 살인죄나 다름없다고 맞서고 있다.
미국이 해마다 낙태 문제로 시끄러운 반면 한국에서는 낙태가 이슈가 되는 일이 거의 없다. 낙태가 없어서가 아니다. 뉴스위크 최근호는 한국에서는 매년 150만 건에서 200만 건의 낙태가 행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생아 한 명 당 3명이 낙태로 목숨을 잃는 셈이다. 이는 인구가 6배나 많은 미국과 맞먹는 숫자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 법은 태아가 기형아거나 강간에 의한 임신일 경우, 산모의 생명에 위협이 되는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문화 된 지 오래다. 최근 성 개방 풍조와 함께 젊은 층에서는 낙태 수술하는 것쯤은 별로 대단한 일로 생각지 않고 있다. 태아가 인간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는 일단 접어두더라도 이처럼 스스로를 지킬 힘이 없는 생명체를 무자비하게 다루면서도 사회적 반성이 없다면 이는 정신이 병들어 있다는 증거다.
타임 최근호는 한국의 젊은 세대 사이 사치 풍조가 놀랄 정도로 번지고 있으며 이것이 한국 경기 활성화에 한 몫을 하고 있다고 전한 적이 있다. 고가품을 흥청망청 써대는 나라가 선진국일까, 태아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나라가 선진국일까.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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