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의 한 중소기업에서 월급쟁이를 하다 ‘큰 뜻’을 품고 사업가로 변신한 한 남성은 가정용품 판매업으로 최근 수년간 쏠쏠한 재미를 보았다. 남의 밑에서 봉급 받아 살 때는 작은 아파트에 소형차를 타고 다녔는데 이제는 저택에 나보란 듯 최고급 승용차로 거리를 누빈다.
이 사업가는 장사가 잘돼 돈을 긁다시피 했고 현찰을 주체할 수 없게 되자 집의 침대 밑, 벽장 속 등 은밀하다고 생각되는 곳에 돈 다발을 보관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번 돈 중 상당부분을 세금으로 내야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세금을 내지 않아서 내심 쾌재를 부르기도 했지만 세금을 원천징수 당해 켕길 게 없던 월급쟁이 버릇이 남아서인지 "혹시 문제 생기지 않을까" 하며 가슴을 졸이기도 했단다.
하지만 세상사에서 초심이 오래가지 않는 법. 사업 연륜이 쌓이면 너, 나 가릴 것 없이 현찰장사의 이점을 십분 활용하게 된다. 물건을 팔고 받은 현찰을 아무 거리낌없이 ‘뒤 주머니’에 넣고 입을 씻는다. 한마디로 무뎌지는 것이다.
한술 더 떠 경제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주어져야 할 ‘사회의 단물’마저 빼먹는 뻔뻔함도 거침없이 드러낸다. 벤츠를 굴리며 큰집에 살면서도 현찰을 빼돌리고 세금보고서에 소득을 형편없는 수준으로 적어 넣어 아들 학자금으로 정부 보조금을 받아낸 케이스도 있다. 부부 모두가 샐러리에 의지해 빡빡하게 가계를 꾸려 학자금 보조가 절실한 데도 "수입이 많아 학자금 보조를 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사람들에게 "정부보조금 받았다"며 자랑하고 다니는 몰염치한 부자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미국에서 돈을 벌려면 현찰장사를 해야 한다는 건 다 아는 일이다. 그러나 현찰장사의 ‘맛’에 빠지면 마약처럼 그 덫에 걸려 헤어 나오기 힘들어진다. 4·29 폭동 때 폭도들에 의해 가게가 전소되는 피해를 입었으면서도 변변한 보상을 받지 못해 끌탕을 한 한인업주가 한둘이 아니다. 평소 수입을 대폭 축소 보고하다 보니 실제 자산과 피해액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보상도 신통치 않았던 것이다.
LA 통합교육구가 웨스턴-2가에 2004년 가을까지 초등학교를 신설키로 하고 해당 지역에 대해 토지수용령을 발동할 예정이어서 이 지역의 한인업소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권리금은 고사하고 타지역으로의 이전비용 산정도 세금보고서를 토대로 한다고 하는데 이 중 일부 업소는 그동안 수입을 줄여 세금보고를 했으니 받게 될 이전비용 마저도 얼마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메리칸 드림을 일구려고 미국에 온 한인들로서 현찰장사의 매력을 거부하긴 어렵다, 하지만 도를 지나친 행위는 언젠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평범한 교훈을 되새겨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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