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나! 어쩜 35년된 가방이 이렇게도 새것처럼 우아하고 예쁠까! 이 골동품 가방을 즐겨 들고 다니는 이유는 때때로 근심, 걱정들을 이 가방 속에 묻어버리면 어느새 즐거움으로 바뀌어져 내 마음을 기쁨으로 전환시켜주는 매력을 갖고 있기 때문인가봐.
먼 옛날에 첫 사랑의 님과 함께 명동거리를 데이트하며 진열장에 걸려있는 가방에 유혹이 되어서 내 손목을 이끌고 상점으로 들어가 제일 마음에 드는 예쁜 손가방을 선물로 받았다.
그때 그 시간이 첫 번 데이트였으며 지금의 남편인 더벅머리 숫총각이 수줍어하는 서울 처녀인 나에게 넌지시 프로포즈를 의미하는 첫 선물이었다. 또한 나는 남편 시몬씨의 어느 한구석에 따사로운 마음씨에 차츰 끌려가고 있었다. 아마도 이것이야말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워진 천생연분이 되었는가 보다.
35년간 내 가방을 사용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첫 사랑의 가슴 설레는 소녀처럼 행복감에 젖는다. 내 가방 색깔은 검정 색이며 모양새를 소개한다면 길이는 13인치에 높이는 10인치 정도이며 3칸으로 나누어져 있어서 간단한 소지품, 안경, 성경책, 묵주와 기도서를 잘 분류해서 넣으면 찾기에 수월하며 내 마음에 꼭 드는 가방이기에 35년간을 사용했으니 손잡이와 가장 자리가 히끄므레 벗겨져서 누가 보면 마치 그라지 세일에서 1불 주고 산 가방처럼 생각이 들기가 쉽다.
주위에 잘 아는 사람마다 35년 동안 한결같이 가방 하나를 사용했으니 ‘구두쇠’라는 닉네임이 붙었다. 어느 날 심중에 있는 좋은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내 가방을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수선방에 가지고 가서 의탁해 보았다.
Repair Shop(수선방) Y선생님께서 염색을 하고 정성껏 손질을 하셨기에 아주 우아하고 예쁜 가방인 옛날 모습을 되찾게 되었다. 앞으로 35년 더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환갑을 바라보는 내 인생이 35년 이전에 저 하늘 나라 사람이 되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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