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이하 중략)/제 십삼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 ‘오감도’.
이상(李箱)의 대표시 ‘날개’를 비롯한 작품을 한데 모은 ‘오감도(Crow`s Eye View)’가 미주에서는 처음으로 영문 출간돼 주목을 끌고 있다.
워싱턴D.C에 거주하는 김명희씨(프리랜서 통역가, 워싱턴 가정상담소이사)가 지난주 펴낸 영역본은 이상의 대표작 ‘오감도를 비롯 ‘날개’ ‘이런 시’ ‘거울’ ‘지비(紙碑)’ ‘정식(正式)’ 등 50여점의 시와 수필 ‘권태’, 단편소설 ‘봉별기’등을 게재했다.
지금까지 이상의 시가 미국사회에 신문과 잡지를 통해 간헐적으로 소개된 적은 있지만 시집이 발간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책의 서평을 쓴 데이빗 맥칸 (David R. McCann)교수는 "난해하고 심각한 이상의 시와 산문은 1930년대의 암울했던 시대상황을 냉소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는데 김씨는 이상의 작품에 드러난 일상성과 비위엄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약 3년간의 작업 끝에 책을 펴낸 김씨는 "대학시절, 친구로만 여기던 남자선배가 갑자기 청혼을 해 몇 번씩 거절을 해도 소용이 없어 이상의 시 ‘정식 4(Standard 4)’를 보냈는데 그 후론 체념을 보여 그 때부터 시의 위력을 느꼈다"며 "이후 이상의 시를 좋아하게 돼 번역본까지 출판하게 되었다"고 숨은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그는 "이상이 난해주의, 이상주의자로 알려져 있지만 그는 현실을 직시하며 인간이 가진 한계성을 넘어 인간의 자유와 위엄 등을 시에 담고자 한 가장 현실적인 천재 시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책의 타이틀 ‘오감도’는 "까마귀가 내려다 본 세상으로 강렬한 메타포를 포함하고 있다"면서 3년 동안의 번역 작업 중 "이해가 가장 힘들어 수백 번도 넘게 읽은 시도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D.C에 소재한 비영리 출판사 워드 웍스(The Word Works)가 출판한 ‘오감도’는 총 144쪽에 걸쳐 이상의 작품과 작품세계, 일생, 역자의 소감 등과 함께 서양화가 재니스 올슨씨가 시의 컨셉에 맞춰 그린 컬러 삽화 수십 점이 실려 시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이 책은 현재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 닷 컴(amazon .com)에서 20달러에 팔리고 있다.
역자 김씨는 무학여고와 고려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1970년 도미, 조지 워싱턴대학에서 심리학과 ‘19세기의 영시’를 전공한 후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를 비롯한 미국신문에 시를 발표해 왔으며 90년부터 미국 정부 기관과 의회 등에서 번역 및 통역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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