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로부터 오는 원고들을 보면 참으로 느낌이 다양하다. 어떤 글은 정말 읽고 나서도 마음이 흐뭇하고 읽으면 읽을수록 오히려 입맛이 쓴 글도 있다.
그 중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 주장, 내 자랑 일색이라 피곤함을 주는 가 하면, 어떤 글은 너무도 감동적이어서 저절로 힘이 나 보람감도 없지 않다. 그러나 때로는 지나치게 남을 비방하거나 모함하는 글도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하고, 어떤 글은 너무도 내용이 알차서 읽는 동안 내내 마음이 뿌듯할 때도 있다.
반면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횡설수설인 글들도 가끔 있다. 이런 경우 왜 썼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 오히려 스트레스만 받게 된다.
아무리 마음대로 표현하는 게 글이라 지만 읽는 사람이나 주위는 고려않고 무작정 내 얘기만 늘어놓는다면 좀 무리가 아닐까. ‘오피니언’이 신설된 지 어느덧 5년, 그 동안 독자들로부터 수많은 격려와 질책, 박수, 비평, 찬사의 소리가 끊이지 않으면서 독자들의 참여도 갈수록 늘고 있다. 그러나 원고를 접하면 접할수록 글의 중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된다.
글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사람의 마음이나 흐름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이란 사람의 성격과 모습이 다 다르듯 생각이 다름을 표현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이다. 자칫 잘못 쓰면 읽는 사람의 힘을 빼기도 하지만 바로 쓰게 되면 오히려 힘을 줄 수도 있는 것이 바로 글이다.
이런 걸 생각하면 글쓰는 입장에서 대단히 조심스럽다. 아무리 잘 쓴 글이라도 생명이 없는 글은 하나의 지식이나 학문으로 끝나지만 좋은 글은 풍요로운 삶의 양식이나 생의 에너지원, 중요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오피니언 난은 독자들이 남의 글을 통해 유익을 얻고자 함에 읽는 하나의 정신적 장르이다.
가령, 어떤 글은 읽다보면 마치 내가 당한 듯 가슴이 찡하고 뭉클하면서 감동이 오게 된다. 또 어떤 글은 절망과 좌절 속에서 힘을 주고 아픔을 감싸주는 가 하면 답답함 속에서 마음의 짐을 내려놓게 하고 밝은 미래를 향해 독자들의 눈을 ‘확’ 트이게도 해준다. 자신이나 가족, 사업 등에 관한 진솔한 글을 보게 되면 ‘이건 바로 내 얘기다’ ‘내가 썼어야 되는 건데’ 하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반대로 힘을 빼는 글들도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 쪽에서는 모두들 열심히 일하는데 자기 혼자 여유 있고, 좋은 것을 많이 향유하고 있다는 말만 늘어놓게 되면 읽는 사람에게는 자칫 자랑으로 들릴 수가 있다.
때문에 아는 것도 조심스럽게 표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내가 이 걸 알고 있다’ ‘너희들은 모르지’ ‘나는 해 냈다’ 식의 우쭐함이 든 글은 도리어 읽는 사람의 힘을 빼게 한다. 예를 들어 집안에 두 동서가 있는데 큰동서는 부잣집 딸로 시집와 좋은 것을 많이 가지고 있으나 아기를 못 낳는데 반해 작은 동서는 어렵게 살더라도 아기를 낳을 수 있다고 한다면 결과적으로 큰동서는 아기를 못 낳음으로써 작은 동서한테 오히려 힘을 주고 위로가 된 셈이나 마찬가지다.
재산이나 명성, 자녀, 혹은 부부, 자신에 대한 자랑이 너무 늘어지면 오히려 읽는 사람에게는 공해가 될 수 있다. 대부분 힘겹게 살아가는 이민생활에서 ‘나는 이게 뭔가’ ‘죽도록 해봐야 요 모양, 요 꼴인데’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면 그 글은 도리어 읽는 사람에게서 김을 빼는 꼴이 된다.
요즈음 이민사회에서 보면 신문의 오피니언 난이 독서의 전부인 사람도 많이 있다. 어떤 사람은 “오피니언 만 보고도 책을 읽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말한다. 공원 같은 데나 지하철 같은 곳을 보면 오피니언 난만 뜯어 따로 읽고 있는 한인들을 보게 된다.
이런 걸 생각하면 어찌 함부로 글을 쓸 수 있겠는가. 기왕 쓴다면 누구도 공감할 수 있는 그런 방향이라면 좋지 않을까. 나만 잘났고, 내 생각만 옳다는 둥 시종일관 ‘나’에 취해 쓰는 글은 결코 읽는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 오히려 기운만 뺄 뿐이다.
여주영(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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