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추위 속에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입춘이 벌써 지나고 우수에 이어 6일이면 개구리도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다. 음력 2월 추위에 장독도 깨진다는 말도 있지만 엊그제 대보름이 지난 걸 보면 아직도 정월이라 선지 추위가 가시지 않고 있다.
춘(春) 3월이라고는 하지만 봄은 이렇게 더디고 망설이면서 온다. 그래도 주변에는 봄을 알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허드슨 강의 물이 샤갈의 아름답고 짙푸른 군청색으로 변하면서 속삭이듯 봄의 소리를 내고 있다.
북쪽 업스테이트에서도 지난주부터 이른 새벽에 이름을 알 수 없는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부드럽게 어우려져 일찍이 봄이 왔음을 알려주고 있다 한 다.
우리가 떠나온 한국 땅에도 벌써부터 꽃들이 아름답게 피고 지고 할 것이다. 목주 꽃이 전남 광양 상벽제 골짜기에서부터 피기 시작, 2월에는 매화가, 3월이면 구레에 산수유가 피어날 것이고 화계 장터에는 어김없이 벚꽃이 만개할 것이다.
봄이 더 무르익으면 선운사에 동백꽃이 피어나고, 해안 바닷가에는 해당화가, 뒤이어 속기섬 난도에는 문주란이 활짝 피어날 것이다. 메밀꽃도 기다렸다는 듯 어김없이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오스트리아 남부가 원산지인 소문조라는 새는 이른 봄 새벽에만 겨울을 벗어나 산란기를 기다리면서 짝을 찾아 운다는데 그 소리가 아주 맑아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처럼 들린다고 한다.
겨울동안 잠자던 동물들도 동면에서 깨어나 하품하는 소리가 들리고 겨우내 웅크렸던 모든 산천초목에서도 새 봄의 움트는 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는 모두 긴 잠에서 깨어나는 심호흡의 소리요, 어둠과 절망, 고통에서 벗어나 다시금 새롭게 생동하는 부활의 소리이다.
인간사회도 이제 얼어붙은 땅이 녹아나고 곳곳에서 새 싹이 돋아나듯 여기 저기서 힘찬 소리가 들리게 될 것이다. 우리도 정신적인 황폐현상에서 벗어나 자연의 움직임과 더불어 새로운 활기를 찾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무리 타향살이가 힘들더라도 새 힘을 얻어 다시금 소생하는 그런 봄이길 기대한다. 부도덕과 타락, 부패, 돈이면 다 해결된다는 사고에서 벗어나 보다 맑고 순수한 마음으로 이 세상을 떳떳하고 비굴하지 않게 살아가는 그런 새 봄이 되었으면 한다.
싹이 움트는 봄이 지나면 반드시 가을이 오듯 언젠가는 우리에게도 꽃이 피고 결실이 맺어지는 날이 있을 것이다. 냉혹하게 얼어붙었던 우리의 가슴이 녹아지고, 경직되고 어두웠던 마음, 움츠렸던 어깨도 활짝 펴지는 봄이기를 희망한다. 새 봄에 맞추어 자신은 물론, 가정도 한인사회도 그 동안 망가지고 무너졌던 모든 것들이 다 고쳐지고 회복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누구를 미워했던 마음도 사라져 오히려 그를 사랑하게 되고, 9.11 테러 여파로 아팠던 사람들의 정신적, 육체적인 병도 모두 다 깨끗이 치유돼 건강하고 밝은 삶을 살아가게 되는 그런 봄이 되었으면 한다.
테러 여파에다 겨우 내내 따뜻한 날씨로 멍든 한인 비즈니스맨들의 꽁꽁 얼어붙은 마음도 눈 녹듯이 풀리고 비즈니스도 봄이 되면서 활개를 치게되는 밝고 희망찬 분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한국과 뉴욕에도 올 봄에는 어려운 일들이 다 풀리고 좋은 소식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한인사회에는 지난달 25일 재판에서 한국으로 추방위기에 있던 민성식씨가 한인들의 뜨거운 탄원운동으로 정상이 참작돼 부모와 함께 미국에 살 수 있게 되었다는 새 봄의 첫 희소식이 들린다.
그러나 봄은 왔지만 어린 나이에 백혈병과 투병하고 있는 세라 양의 소식은 우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세라 양도 제발 민성식씨와 같이 한인들의 도움으로 이번에 꼭 맞는 골수기증자를 찾아 생명을 건지는 그런 희망의 새 봄이 되었으면 한다.
여주영(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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